서울대 학생들-법무부, 각기 다른 이유로 조 전 수석 외면 혹은 기피
익명의 한 서울대생, 학교 커뮤니티에 글 게재..."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거 아닌가?"
"학교에 자리 오래 비우면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가"...많은 학생들 공감 표시 "'내로남불' 정신"
조 전 수석, '내로남불' 비판 받는 이유...2004년 서울대 대학신문에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 기고
해당 글에서..."4년 동안 대학 떠나있는 교수 사직하지 않으면, 그 기간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다"
한 서울대 관계자, 조 전 수석이 31일 오후 팩스를 통해 법학전문대학원에 복직 관련 서류 제출한 사실 밝혀
검찰 중간 간부급 후속 인사 임박한 가운데...일부 검사들, 법무부行 기피 분위기
선호 근무처였던 법무부, 갑자기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 전 수석 때문이라는 분석
법무부 장관 가능성 높은 조 전 수석, 文정부 '검찰개혁'의 상징...법무부 소속 검사들 친정 검찰 눈치 볼 수 밖에
조 전 수석,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기피 이유...다음 인사 불이익 받을 것이란 우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금지 조치 이후 페이스북을 통한 극단적 '반일(反日)', 국민 '편가르기' 발언으로 21세기형 신(新)의병으로 등극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과 '몸담을 가능성이 있는' 조직으로부터 모두 외면받고 있다.

조국 전 수석의 법무부 입각설이 나오면서 서울대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그가 서울대 법대(현재 법학전문대학원) 정교수 신분을 유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익명의 한 서울대생은 지난 26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거 아닌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학생은 "벌써 (학교를) 2년 2개월 비웠는데 법무부 장관을 하면 최소 1년은 더 비울 것이고, 평소 폴리페서 그렇게 싫어하시던 분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민정수석 될 때는 '안식년이라 강의에 문제는 없다'고 했는데, 안식년이 3년 이상 갈 리도 없고 이미 안식년도 끝난 것 아닌가"라며 "학교에 자리 오래 비우면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에는 "'내로남불' 정신",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라", "적어도 한 직위(민정수석)을 하다가 또 옮겨서 다른 직위(법무부 장관)를 할 거면 교수직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글을 작성한 학생 외에도 많은 서울대생들이 조 전 수석의 교수직 유지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조 전 수석이 학생들에게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는 서울대 법대 부교수였던 지난 2004년 4월 서울대 대학신문에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조 전 수석은 "출마한 교수가 당선되면 국회법상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30일 교수직이 자동 휴직 되고 4년 동안 대학을 떠나 있게 된다.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으면 그 기간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다. 낙선해 학교로 돌아오더라도 후유증은 남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전 수석이 실제로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교수직을 3년 이상 비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15년 전에 가했던 비판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조 전 수석은 2008년에도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18대 총선에 출마하자 "교수의 지역구 출마와 정무직 진출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31일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서울대 관계자는 조 전 수석이 이날 오후 팩스를 통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복직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6일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휴직 기간이 종료됐다. 서울대 규정에 따르면 휴직 기간이 끝나고 1개월 안에 복직 희망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직 처리된다. 이를 종합해 봤을 때 조 전 수석은 학생들의 '내로남불' 비판에도 계속해서 서울대 교수직을 유지할 생각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左),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조 전 수석을 수장(首長)으로 맞을 가능성이 높은 법무부 역시 조 전 수석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31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 중간 간부급 후속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만 아니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검찰 선호 근무처 중 하나로 꼽히던 법무부행에 대해 일부 검사들이 기피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과 함께 검찰 선호 근무처였던 법무부가 갑자기 기피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조 전 수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부임한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정부의 '검찰개혁'을 이끌어 온 장본인이다. 그는 여러 번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드러내왔다.

조 전 수석의 이 같은 의지와는 별개로 그를 보좌해야 하는 법무부 소속 검사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있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조 전 수석이 장관이 된다면 법무부 소속 검사들은 친정인 검찰 선후배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 전 수석이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검사들이 법무부행을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본격적인 정치 입문을 위해 중도에 떠날 경우 되려 다음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조 전 수석이 향후 정치판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일부 학생들과 법무부 검사들의 입장과 달리 조 전 수석은 교수직을 계속 유지하고,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면 그 순간부터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그간 사례에서 보듯 조 전 수석은 결국 장관으로 취임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총 16명에 달한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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