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 후 북·중·러의 군사적 위협 대비해 전술핵 배치 준비
괌 기지와 일본, 호주 포함 전망...한국도 검토 대상일 듯

미국, INF 파기 후 북·중·러 군사적 위협 대비해 핵미사일 배치 준비./연합뉴스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앞두고, 지난 6월 '핵운용지침'에서 전투 중 한정적인 핵무기 사용을 적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29일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핵 군비경쟁 가속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우려했다. 

INF는 1987년 12월 미국과 소련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중거리핵미사일 전력 증강 억제가 기본 목적이다. 이 조약은 유럽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가 크루즈형 중거리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며 이 조약을 어기는 등 동북아 안보구도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도 오는 8월 2일 INF가 파기될 것에 대비해 핵미사일을 일본·호주 등에 배치하는 맞대응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29일 관측된다. 중국은 조약 당사국이 아니어서 마음대로 중거리핵전력을 실전배치할 수 있었다.

28일 교도(共同)통신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미 합참은 해당 지침에 “미국과 동맹의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며 핵무기 사용을 위한 절차와 지침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에 미국이 INF 탈퇴 이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의 새로운 핵미사일 재배치는 동북아 안보환경을 둘러싼 북한,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1,600기의 핵미사일을 태평양 지역을 향해 배치해두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최초로 침범했으며, 북한은 지난 5월에 이어 7월에도 새로운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속했다. 러시아는 연해주 지역에 새로운 핵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 INF 조약 폐기에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

이에 따라 미국도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중거리 핵미사일을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배치하기 위한 군사기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괌 기지와 일본, 호주가 포함되며, 한국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펜 앤드 마이크에 올린 칼럼을 통해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INF 조약 폐기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강대국들 사이에 세력경쟁과 군비경쟁이 가열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본 아베정부는 미국의 핵미사일 배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의 일본 방문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미·일 양국은 핵미사일 통제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면서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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