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의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 반성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한일관계 악화에서 비롯한 경제문제...'대기업 탓', '자유무역 탓', '국제분업 탓', '세계화 탓'으로 원인 돌려
대외의존도 낮추기 위해 '기다림의 미학'으로 국산화 달성해나가야...文대통령 위시로 한 정부인사들 발언과 궤를 같이 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제 불매운동이 우리가 나아가야하는 길 먼저 보여줘"...박현채의 '민족경제론'과 상응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들이 화제다. 홍 위원장이 청와대를 떠났어도 현 정부 경제정책 기저에 놓인 근본적 관점들은 여전히 홍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그룹으로부터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 수출규제 문제 등을 보노라면 한국의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에 종언이 찾아들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작도 끝도 “그간 걸어온 길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이다.

홍 위원장은 지금 한국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국은행이 애초에 전망한 경제성장률 2.2%도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장 한국의 성장모델이 ‘대기업 중심 조립가공형 수출’이었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이는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을 뒤엎어야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홍 위원장은 일본 수출규제가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을 보면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가 문제라는 점을 더욱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걸어온 길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우리 성장모델을 보면 대기업은 속도를 추구했고 중소기업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축적을 못 해서 성장의 과실이 내려오지 않았다”면서 “우리 산업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됐고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수석 시절부터 소득주도성장을 끝까지 강행한 이유로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을 내세웠던 바와 같이 그는 ‘기다림의 미학’을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29일 재계 관계자들은 홍 위원장의 이런 관점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내놓기 시작했다.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대규모의 투자 집중에 따른 기술, 지식, 인력의 조직화가 필수인데 현 정부 핵심인사들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만들어 소위 불평등한 독식구조를 깨뜨려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만과 한국경제를 비교해보면 세계적 대기업의 유무가 얼마나 국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마찬가지로 홍 위원장의 ‘중소기업이 소재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시간을 아끼려 수입부터 하니 문제’라는 식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의 부품소재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약도 없을뿐더러 가격과 품질에서 가장 앞서는 것을 선택해온 대기업들이 오늘날 문제의 근원이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서 일본과 한국은 상당한 수준 차이가 있어왔는데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짜다보니 이를 방기하게 됐다는 식으로 인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정적으로 홍 위원장은 일본의 수출제재 조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한일관계 악화로부터 나온 결과라는 사실은 짚지 않고 대번에 ‘국제분업’ 자체를 부정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예전에는 세계화와 자유무역, 국제분업이 바람직하다고 했는데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인 일제 불매운동을 보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지향할 바를 국민이 먼저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꿈보다 해몽’식의 진단도 내놨다. ‘국산화’를 통해 대외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은 박현채의 '민족경제론'과도 상응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그리고 이해찬, 우원식 등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본의 수출제재 조치를 통해 대기업을 탓하고 대기업 중심의 성장모델을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발언해온 것이 홍 위원장의 이번 인터뷰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세간의 평가도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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