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지난 주말 밤낮으로 페이스북 하며 문재인 정부 반대세력 '친일', '친아베'로 몰아세워
추경 통과 지연을 야당이 위기에 처한 나라 발목잡는다는 식으로 비판 지속해
그동안 문재인 정부 비판하는 일부 유력매체 직접 거론하며 의도까지 문제 삼아...반면 KBS 기사는 '정확하다'면서 공유
이분법적 편 가르기 구도만으로 채워진 조 전 수석의 불순한 태도...김행범 교수 "국민은 국가와 정권을 구분할 줄 안다"며 조 전 수석 비판

지난 26일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난 조국 전 수석은 주말인 28일에만 4건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른바 ‘친정부냐 반정부냐’의 문제를 ‘친일이냐 반일이냐’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조 전 수석은 29일 오전에도 2건 이상의 글을 페이스북에 추가 게시했다. 공통된 주제는 일본의 경제침략이 심각함에도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조 전 수석은 28일 오전 8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 백서의 주요 부분 소개’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언론들이 참여정부 당시 작성된 ‘백서’ 전문(全文)을 제대로 해석하라는 취지다. 그는 해당 원문이 실린 국회전자도서관의 링크를 걸어 “널리 공유해주시길 희망한다”고 했다.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조 전 수석은 조선일보 보도와 당시 민관공동위원회에 참여했던 양삼승 변호사의 중앙일보 인터뷰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및 대법원 판결의 입장을 부정하고 매도하면서 ‘경제전쟁’을 도발했고,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이에 동조하면서 한국 정부와 법원을 비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일 이런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는지 조 전 수석은 오후 12시경 “현 아베 정부가 뒤집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2000년 이전까지 일본 정부의 입장”이란 글을 또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 일본 외무성의 지난 발언들을 취합한 글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까지 포기하기로 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다. 조 전 수석은 아베 정부와 한국의 일부 정치인 및 언론이 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이를 부정한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법원의 판단을 공격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자기 진영의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주지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조 전 수석의 페이스북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오후 1시경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이 틀렸다고 공격을 퍼부으며 한국의 ‘사법주권’을 모욕하는 것을 넘어, 이를 빌미로 ‘경제전쟁’을 도발했다”고 포문을 여는 글을 재차 올렸다. 법학 지식이 없어도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대법원 판결문을 한국의 정당과 언론이 마치 의도적으로 오독(誤讀)한다는 것이다.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그는 판결문이 길어 읽기가 부담스러우면 판결요지만이라도 읽어보라며 “한국의 정당과 언론은 위 쟁점과 관련하여 일본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한국 정부 및 대법원의 입장에 동의하는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몰아세웠다.

조 전 수석은 이날 저녁에는 문재인 정부의 언론자유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식으로 찬사를 던진 바 있는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인터뷰 기사를 올렸다. 이 인터뷰에서 호사카 교수는 아베 내각이 한국의 경제적 부상을 막으려 수출규제를 가해 ‘경제전쟁’을 불러일으켰다며 대법원 판결 및 징용 피해보상 문제 등에서 문재인 정부와 동일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조 전 수석은 어떤 말도 더 얹지 않고 그대로 이 기사를 공유했다.

29일 오전 7시 40분경 조 전 수석은 이른 아침부터 아베 정부가 1993년 ‘고노 관방장관 담화’조차 부정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한국 언론의 기사를 올렸다. YTN은 고노담화를 부정하는 아베 내각이 국제사회를 계속 우롱하고 있다면서 “모든 과정의 진두지휘는 아베 총리가 하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은 화살의 방향을 일본에서 한국 내부로 돌렸다. 29일 오전 9시경 조 전 수석은 경향신문 경제부장의 ‘일본의 경제침략은 시작됐는데’라는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기사의 원문 중 조 전 수석이 따로 인용해 올릴 정도로 가장 공감한 문장은 “눈앞에 벌어지는 일본의 경제침략 앞에서 정치권이 추경을 놓고 이래선 안 된다”였다. 마찬가지로 경향신문 경제부장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한국당이 추경을 통한 경제성장을 막기 위해 정부여당을 발목 잡는다는 시각으로 가득하다.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조 전 수석은 한 시간 남짓 지난 오전 10시엔 경향신문과 똑같은 논조의 한겨레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유한국당이 ‘총선용’이라 트집을 잡아 민생 관련 경제법안을 ‘올스톱’시켰다는 것이다. 조 전 수석은 이 기사에 관련해 따로 논평을 달진 않았다. 대신 네티즌들은 조 전 수석을 통해 해당 기사를 읽고 “조국 교수님 페북글을 보면 상황들이 명쾌하게 정리가 됩니다”, “니폰은 여의도에도 있다”는 등의 공감을 나타냈다.

조국 전 수석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유력 매체의 보도들을 하나씩 직접 거론하며 그 의도까지 문제시했다. 이번 한일갈등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는 언론은 일본 편을 드는 ‘반민족’세력이 되기 십상이었다.

반대로 조 전 수석은 KBS와 한겨레 등의 기사들을 드러내놓고 지지했다. 그는 지난 21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저격한 KBS 기사를 공유하며 “참으로 정확한 보도이다”라고 했다.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이제 현직에서 물러난 만큼 조 전 수석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더욱 활발히 내세우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 전 수석의 태도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서로 반목하게 하는 이분법적 '편 가르기' 도식에 충실하다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조 전 수석이 ‘애국이냐, 매국이냐’라는 양자택일(兩者擇一)식 프레임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핍박한다면서 정면 비판했다. 이날 김 교수는 “국민은 당신보다 조금 더 똑똑하다. 국가와 정권을 구분할 줄 안다”고 말해 조 전 수석의 이분법적 프레임에 제동을 걸었다.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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