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동북아 지역, '중거리핵전력조약' 폐기 태풍 몰아치고 있어"
"냉전 당시 유럽에서 일어났던 일이 21세기 아시아 지역에서 되풀이"
"한반도-동북아 지역, 강대국 사이 세력경쟁과 군비경쟁 가열화되고 있다는 것 의미"
"한국, 구한말처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평화무드에 젖어 있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 조약은 1987년 12월 미국과 소련 사이에 체결되었다. 이 조약으로 양국은 중거리핵무기 2700여개를 모두 폐기했다.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처음으로 폐기하는 데 합의한 이 조약은 군축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이 조약은 2019년 8월 2일 폐기될 예정이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이 조약을 승계했다. 그런데 소련은 2014년 새로 개발한 크루즈형 중거리핵미사일을 실천 배치하여 이 조약을 어겼다. 중국은 이 조약의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점을 활용하여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중거리핵미사일을 2650여개 실전 배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조약을 파기하고 중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INF 조약 체결 추진을 제안했다. 중국은 이런 제안을 즉시 거부하고 나왔다.

마크 에스퍼 신임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신임 미 합참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의 중거리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중거리핵미사일을 올해 말까지 배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 미국은 퍼싱2와 같은 중거리핵미사일을 공군 기지들에 배치했다. 새로운 미사일은 지상에 배치될 것이 분명하다. 그 위치는 현재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지역적 특성상 배치될 지역은 괌, 일본, 호주, 한국, 대만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새로운 핵미사일 배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 해리 해리스 대사는 자신이 인도태평양사령관으로 있던 2017년 미 의회 증언에서 만약 중국이 INF 조약 당사국이었다고 한다면 중국 보유 핵미사일은 모두 INF 조약의 제재 대상이라고 했다. 중국은 1600기의 핵미사일을 태평양 지역을 향해 배치해두고 있다. 이 중에서 '둥펑-26'은 사정거리 3,000-4,000km 미사일로서 '괌 익스프레스'라는 별명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에게 가장 위협적 무기이다.

중국이 새로운 INF 조약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미국은 중국을 억지하고 동시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핵미사일 배치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레이건 대통령이 추구한 '힘의 우위에 기초한 평화전략'을 트럼프행정부가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76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리투아니아에 소련은 중거리핵미사일 수백기를 배치하여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무력화시키고 나토 국가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이 배치한 SS-20과 같은 핵미사일 전체를 철수시키면 유럽에 퍼싱2와 같은 신형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소련이 이를 거부하자 레이건은 퍼싱2 108개는 모두 서독에 나머지 미사일들은 나토 국가들과의 합의 하에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 분산 배치했다. 고르바쵸프 등장 이후 소련은 '힘에는 힘으로 대응한다'는 레이건독트린 앞에서 백기 투항했다. 그 결과가 바로 1987년 INF 조약이었다.

냉전 당시 유럽에서 일어났던 일이 21세기 아시아 지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이 이 지역에 수백기의 새로운 중거리핵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미중 사이에 군비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여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최초로 침범한 것도 미국의 핵미사일 배치아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에 이어 이번 7월에도 새로운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것도 INF 조약 폐기에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 러시아는 연해주 지역에 새로운 핵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INF 조약 폐기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강대국들 사이에 세력경쟁과 군비경쟁이 가열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아베정부는 미국의 핵미사일 배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의 일본 방문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일 양국은 핵미사일 통제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면서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보유 '둥펑-26'은 한국 사드 기지와 일본 미사일방어체제(MD)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갖고 있다. 중국이 고비 사막에서 일본 미군 군사기지 공격 훈련을 하는 2017년 인공위성 사진이 공개된 바 있다.

지난 4월에서 6월 사이에 김정은-푸틴 회담, 시진핑-푸틴 회담, 김정은-시진핑 회담이 열려 북한3국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포스트-INF 시대에 급변하는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세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한미일 안보협력은 한일관계의 악화와 한미관계의 긴장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INF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은 구한말처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평화 무드에 젖어 있다. 우리 모두 국가안보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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