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베 규탄' 집회라면서 '反외세', '자유한국당 해체' 주장...집회 참가자들 동조 잇따라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 "이참에 민심을 왜곡하면서 남의 나라 편을 드는 언론과 정치인을 걷어내서 국회도 국산화했으면"
청와대와 여당에서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친일' 프레임과 상응...한일갈등이 1980년대 민족지상주의 담론과 더불어 심화될 것 우려하는 목소리 높아져

일본정부의 무역보복 조치에 따른 반일(反日)집회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정부를 규탄하기 위한 집회에서 외세를 물리치고 자유한국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철지난 1980년대 운동권의 민족지상주의적 담론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저녁 596개 단체가 모인 '아베 규탄 시민행동'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 규탄 2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이날 집회는 남녀합창단의 민중가요 공연이 끝난 오후 7시부터 시작됐다. 주최 측 추산 2,000여명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정권의 무역보복 조치를 거세게 비판하고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일본정부를 성토하겠다는 집회는 어느새 본래 취지와 상응한다고 보기 어려운 주장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처음 연단에 올라 ‘진짜 민주주의’를 쟁취해야 한다며 언성을 높인 남성은 “전쟁의 먹구름을 완전히 걷어 낸 진짜 평화는 자유한국당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집회 참가자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이에 동조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평화는)외세에 반대하지 않고선 이룰 수 없다. 투쟁하지 않고서는 쟁취할 수 없고 우리 민족이 단결하고 또 단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너무나 똑똑하게 알고 있다”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곳곳에서 단상을 향해 “옳소”를 외쳤다.

그는 한국이 더 이상 외세의 눈치를 볼 만큼 약한 민족이 아니라면서 “우리 민족의 손만 굳게 잡고 용감하게 나아가야 할 때”, “우리 민족의 운명을 오직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라는 등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족이 하나가 되어 ‘진보의 시대’, ‘평화의 시대’로 가게 된다면 “역사상 있어 보지 못한 새로운 번영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각계발언으로 연단에 오른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이참에 민심을 왜곡하면서 남의 나라 편을 드는 언론과 정치인을 걷어내서 국회도 국산화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충격적이네요”부터 “위정척사운동의 재림 같군요”, “NL(민족해방)이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출처: SNS 캡처
출처: SNS 캡처

일각에선 ‘친일’ 프레임으로 반대세력들을 옭아매두려는 청와대와 여당의 전략이 각계에 포진한 단체들과 더불어 전면화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한일(韓日)갈등이 어제 집회 연단에서 제기된 주장과 같이 1980년대 운동권의 민족지상주의 담론으로부터 대내외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심화될 것에 대해 탄식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주최 측은 오는 8월 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다음달 10일까지 아베규탄 촛불문화제를 지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광복절인 8월 15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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