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군용기, 우리 영공 무단 침입...작금의 대한민국, 서구 열강과 일본에 주권 침탈당하던 풍전등화의 대한제국 보는 듯
힘이 지배하는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라는 냉철한 시각으로 한반도 국제정세 살피고 현명한 판단해야
구한말과 지금의 국제정세 다르지만 놀랍게도 비슷...전략적 요충, 대륙과 해양세력 충돌, 통치권력의 무능, 국제정세에 대한 오판

독도 인근 영공 침범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
독도 인근 영공 침범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

며칠 전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대한민국의 영공을 무단으로 침입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23일 오전 중국 H-6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용기 5대가 대한민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에 무단 진입했고,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는 독도 주변의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 우리 공군은 전투기 18대를 긴급 출격시켜 경고 사격을 했고, KADIZ를 침범한 중국 군용기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넘어가자 일본은 항공자위대 전투기 10여대를 출격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중·일·러 4개국 군용기 30여대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그리고 한곳에 출격해 대치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핵무기를 탑재하고 투하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였다. 조기경보통제기는 육해공을 바둑판 같이 나눠 인식하고 목표물을 정밀하게 지정해 주는 기능을 한다.

이를 두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서 "위정척사 운동이 벌어지고, 중·러·일이 나라 경계를 넘나드는 작금의 현실을 보니 마치 구한말 고종 시대를 보는 것 같다"면서 "군주는 무능하고 대신들은 시대착오적인 아첨배들만 있는데 애꿎은 백성들만 죽어간 구한말이 재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의 말처럼 작금의 대한민국을 보면 서구 열강과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주권이 침탈당하던 풍전등화의 대한제국을 보는 듯하다. 러시아와 중국 공군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고 일본은 경제 보복 조치를 실행하고 있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현 정권은 무능하고 대한민국은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한말의 국제 정세와 대한민국이 처한 지금의 국제정세는 분명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비슷한지를 미리 짚어본다면 앞으로 전개될 외교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힘과 실력이 지배하는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라는 냉철한 시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100년 전과 비교하여 분석해 본다.

가. 구한말과 오늘날 한반도 국제정세의 차이점

정치적 주체(Political Actors)

세계를 하나의 무대로 본다면 그 무대 위에서 외교적 움직임을 일으키며 상호 교류를 하는 정치적 주체 또는 이해 당사자를 국제관계학에서는 '정치적 주체(Political Actor)'라 부른다.

구한말 한반도에서 전개된 열강들의 경쟁 속 키 플레이어들을 살펴보면 조선, 러시아, 청나라, 미국, 일본 그리고 영국이 있다(6개국). 우리의 외교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4강(미·일·중·러) 중심으로 이어져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만약 그때 조선이 국제정세와 외교에 눈을 떴더라면 조선의 운명을 놓고 ‘6자 회담’이 자주 열렸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적 주체' 구성은 100년 전과 대동소이하지만 분명 다르다. 영국이 빠졌고 조선은 남북한으로 갈라졌다.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뤄지는 ‘6자 회담’을 보면 오늘날 한반도의 ‘정치적 주체'들이 누구인지 잘 알 수 있다. 6자 회담 참가국은 대한민국, 북한, 미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다.

국제질서와 패권국(International Order & Hegemonic Power)

구한말 국제정세는 영국 등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를 개척하던 시대였다. 영국은 명실상부 패권국(Hegemonic Power)이었고, 그 당시 국제질서(International Order)는 영국이 주도하고 있었다.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의 시기였다.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영국은 쇠퇴하고 미국이 패권국으로 떠오른다. 옛 소련연방의 도전을 받은 적도 있지만, 현재의 국제질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은 궁극적으로 ‘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꿈꾸며, 중국의 패권으로 동아시아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발생하는 중국과 미국의 긴장 고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미중 무역 분쟁의 핵심은 무역 경쟁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다. 

한반도 정치체제(Political Regime)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1910년 ‘한일병합조약’을 기점으로 주권이 빼앗길 때까지 한반도를 통치하는 정치체제(Political Regime)는 하나의 중앙정부가 있는 단일 통치체제였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의거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이며 정통성을 계승한 한반도 유일의 국가이다. 그렇다면 구한말 때처럼 지금의 한반도도 단일 통치체제 하에 있다는 이론적 주장을 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반도는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고, 북한은 자체적으로 통치체제를 갖추고 있는 '사실상(de facto)'의 국가다. 즉 한반도에는 두 개의 정치체제가 있다.  두 개의 주권국이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맹 관계(Alliance)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관계에서 비교적 힘이 약한 국가는 동맹(Alliance)을 맺음으로써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 강대국이 피를 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동맹을 활용하기도 한다.

일본은 ‘영일동맹(Anglo-Japanese Alliance)’을 통해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확고히 했다. 일본은 또 미국과 ‘가쓰라-태프트 밀약(Taft–Katsura agreement)’을 체결하고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미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반면 대한제국은 그 어느 강대국과도 제대로 된 안보 동맹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 이후 미국은 일본의 우방국이 되었고, 일본은 한미 안보 동맹의 한 축으로 편입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한미일 안보 삼각동맹’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동맹이 북한을 에워싼 ‘북중러 삼각동맹’과 긴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나. 구한말과 오늘날 한반도 국제정세의 공통점

전략적 요충지(Strategic Point)

구한말과 2019년 한반도 국제정세를 비교할 때 공통점 중의 하나가 바로 한반도가 아직도 '전략적 요충지(Strategic Point)'라는 사실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이며, 동북아 끝자락에 위치한 한반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원나라 칸의 일본 정벌 시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륙진출 야망을 위해 일으킨 임진왜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한반도를 발판삼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지금의 한반도 정치 지형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물로써 100년 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곳이다.

냉전시대의 한반도는 정치 이념의 대결장으로서 공산주의 남하를 막는 국제정치적 ‘마지노선’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고 있는 오늘날 한반도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는 방어선인 동시에 ‘한미일 삼각동맹’과 ‘북중러 삼각동맹’이 대치하는 물리적 공간이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Continental Power vs Maritime Power)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장악력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영국 및 미국과 체결한 동맹을 바탕으로 조선에 대한 ‘통치’를 서구 열강으로부터 용인받게 된다.   

일본이 싸운 청나라와 러시아는 대륙을 기반으로 하는 '대륙세력(Continental Power)'이었다. 일본이 동맹을 맺은 나라는 영국과 미국으로 이 세 나라 모두는 '해양세력(Maritime Power)'이다. 다시 말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한반도에서 충돌한 것이다.

북한은 '지정학(Geopolitics)'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 대륙에 예속되어 대륙세력에 포함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으로 이루어진 해양세력과 동맹을 맺고 있다. 지금도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대치하고 있다.  구한말에도 그랬듯이 우리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디에 굳게 발을 딪고 서느냐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통치 권력의 무능(Political Inability)

구한말 고종과 내각을 구성하던 신하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한반도를 통치하던 정치권력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한마디로 무능했다. 당파 싸움으로 조정은 멍들었고, 적극적으로 개화하는 데에 실패했으며 체계적으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경제는 피폐했고, 백성들은 신음했다.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다. 이처럼 무능한 정치권력의 정점에 고종이 있었다.

1905년 7월 동경에서 체결된 ‘가쓰라-태프트 밀약’에 의해 미국은 이미 일본 손을 들어 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종은 ‘을사늑약(1905년 11월)’ 이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일본의 침략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시계를 2019년으로 돌려보면 지금의 상황이 구한말과 비슷하다. 우리 경제는 ‘소득주도성장’ 등의 잘못된 나라 정책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사전 인지도 없었고, 뚜렷한 해결 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정권의 무능으로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고 ‘패싱’ 당하고 있다.

지난달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 사실상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어떤 정보도 입수하지 못한 듯 우왕좌왕하며 아무것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했다. 심지어 우리 영토에서 미북 정상이 회담을 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수모를 당했다.

국제정세에 대한 오판(Political Misjudgement)

1896년 2월 고종이 러시아 제국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아관파천’이다.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외국 외교 공관으로 피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대상이 러시아 공사관이라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구한말 고종의 외교 전략서로 알려진 ‘조선책략(朝鮮策略)’은 러시아를 패권국으로 묘사하고 있다. 조선책략이 고종의 외교적 결정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종과 그의 신하들이 당시 한반도 국제정세를 읽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아관파천’은 고종이 일본 세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조선에 진출해 있던 강대국 중 러시아를 택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고종은 러시아가 패권국이라고 오판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이 진정한 패권국이며 한반도 바깥에 해양세력 중심의 국제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만약 부득이하게 하나를 택해야 했다면 영국 공사관을 택하는 게 현명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내리는 외교 현안을 포함한 각종 현안에 대한 정치적 결정을 지켜보면 구한말 고종이 오버랩 된다. 펜 앤드 마이크의 김용삼 대기자는 29일 "현 정권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21세기의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일본이 아니며 대한민국의 우방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정권은 연일 반일(反日)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북한 바라기’ 정책을 고집하고 있으며, 현재의 국제정세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적 결정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한민국이 완전히 동네북에 왕따 신세가 됐다"면서 "과거 구한말 고종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모두에게 왕따당하고 결국 동아시아 패권을 확보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역사가 떠오를 정도로 나라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힘과 실력, 실리에 바탕을 둔 이성적 판단을 해도 돌파가 쉽지 않은 한반도 국제정세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설상가상으로 반미(反美)주의자를 미국 대사로 보내려 하고 있다. 작심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구한말 암울한 혼란의 시대가 돌아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차광명 기자 ckm181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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