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5월 미사일과 동일 기종...무기 완성도 높이기 위해 추가 실험한 듯”

한미 군 당국은 26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비행 특성인 ‘풀업(Pull-up, 하강단계서 상승비행) 기동을 했다고 공식 평가했다.

양국 군이 지난 5월과 전날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하강 단계에서 요격 회피 기동 비행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보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진 새로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한다”며 “이는 한미의 공동평가”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사일 2발의 비행양태를 한미 군 당국이 공동으로 정밀 평가한 결과, 2발 모두 비행거리는 약 600km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합참은 첫발은 430km이고 두 번째 발은 690여k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탐지자산을 통해 레이더 상실 고도 이하에서의 궤적을 추적해 비행거리를 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 미사일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의 곡선(포물선) 비행이 아닌 레이더 상실고도(음영구역) 이하에서 ‘풀업’ 기동을 해서 초기 판단된 비행거리와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참관한 후 “이 전술유도무기체례의 신속한 화력대응능력,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그 전투적 위력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을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는 ‘풀업’ 기동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한국군 탐지자신으로 종말 단계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탐지레이더는 지구 곡률로 발생하는 음영구역이 생긴다”면서 “북한이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방 방향으로 발사해 소실(음영) 구역이 좀 더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군 탐지레이더는 북에서 남쪽으로 오는 것은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9.19군사합의 위반인지에 대해 “어제 북한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는 9.19군사합의상 명백히 금지된 행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다만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5월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과 이번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유사하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이라며 “5월 발사 미사일과 이번 발사 미사일 모두 시험발사 단계”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지난 5월에 쏜 것과 동일 기종인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줄였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과 지난 5월에 발사한 미사일이 모두 러시아제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SS-26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낮은 고도와 비행 패턴 등으로 볼 때 가장 최근에 쏜 다른 미사일들과 마찬가지로 SS-26과 많은 유사성을 보인다”고 했다.

조너선 박사는 북한이 두 번째로 발사한 미사일이 690km의 거리를 50km의 낮은 고도로 비행한 것에 대해 “탄도미사일 궤적으로는 매우 낮다”며 “최적 각도에서 발사했다면 최대 800km까지 나갈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북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축소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비확산연수센터 소장은 “북한이 압축발사각에서 쏜 것으로 보이며 비행 중 활공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더 멀리 나갈 수 있다”며 “이스칸데르 미사일에서 탄두 무게를 100kg 줄이고 100kg의 고체연료를 추가 주입하면 기존 사거리보다 약 15% 늘어난다”고 밝혔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500여km로 알려졌지만 이는 평균 500kg의 탄두 중량을 감안한 사거리이며, 북한이 탄두 중량을 줄이고 발사했으면 이번처럼 멀리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미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이번 미사일은 지난 5월과 마찬가지로 모두 러시아제 SS-26변형으로 추정되지만 두 번째 미사일을 개량형일 수 있다”며 “무수단 미사일의 경우 구형 러시아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인 SSN6을 바탕으로 사거리를 기존의 2500km에서 두 배 가량인 4000km로 늘린 점을 감안할 때 성능 개량 실험일 수 있다”고 했다.

벡톨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과는 별도로 무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실험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베넷 박사도 최근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깊숙이 관여한 탈북민 출신 과학자와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며 “지난 5월 발사의 실험 보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넷 박사는 “대외 정치적 목적도 있겠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작전용 실험이 아닌 개발형 실험을 주로 해왔으며 이번 추가 발사는 5월 발사가 정확도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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