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총리, 브렉시트로 자국 우선주의 펼칠 듯...내각 브렉시트 찬성파로 구성
기존 유화적 스탠스 버리고 미국처럼 이란 제재할 전망
‘영국의 트럼프’라 불리기도...자국 우선주의라는 보수적 가치관의 맥락 같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24일 제77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전통 보수주의자인 존슨 총리는 한동안 정체돼 있는 유럽 질서 판도에 브렉시트라는 카드를 내밀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존슨 총리, 예외없이 10월31일 브렉시트./연합뉴스
존슨 총리, 예외없이 10월31일 브렉시트./연합뉴스

브렉시트 통해 영국 이익 극대화한다는 입장

최근 치러진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 투표에서 존슨 총리는 66.4%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 대표로 선출됐다. 브렉시트 강경파로 알려진 존슨 총리는 지난해 7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전략 ‘체커스 계획’에 반발해 외무장관직을 사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총리로 선출된 직후 반드시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고 못 박고, 같은 날 내각을 물갈이해 브렉시트 찬성론자들로 채워진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존슨 총리는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온 전형적인 엘리트이자 과거 대영제국 명성으로의 복귀를 노리는 야심가다. 그리고 브렉시트를 통해 유로존을 벗어나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 자유무역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현재 유로존이 저성장 국면에 머물러 있는 반면, 영국 경제는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다. 존슨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 더 나은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자유무역과 상호 지원을 기반으로 나머지 유럽국가들과 새롭고 흥분되는 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게 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 이란 선박 억류 갈등./연합뉴스
영국 - 이란 선박 억류 갈등./연합뉴스

미국처럼 이란 제재할 전망

존슨 총리는 당장 직면해 있는 이란과의 갈등도 자국주의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것으로 분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거진 양국 간 갈등은 지난 4일 영국 해군이 이란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촉발됐다. 유럽연합 제재를 어기고 이란이 시리아로 원유를 판매했다는 게 나포 이유로 밝혀졌지만, 19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영국 유조선을 기습 억류했다.

본래 영국은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이란 핵협정 유지를 지지하며,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거는 미국과 불협화음을 일으켜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를 옹호하는 그가 미국과 함께 이란에 강경한 대응을 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자국의 유조선이 억류되자 영국 정부는 걸프 해역에서 유럽 주도의 호위 작전 활동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를 유럽 국가들에 제안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을 포함, 60여 개국에 걸프 인근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호위를 위한 연합체 동참을 요청했다.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연구원인 나일 가이드너는 “양국 정상의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 때처럼 미영관계가 최상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017년 유엔본부에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존슨 당시 영국 외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영국판 트럼프'

실제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외모나 정치 스타일이 흡사해 ‘영국판 트럼프’라고 불린다. 거구에 금발, 그리고 언론을 이용한 이미지 만들기로 외연 확장에 능하다는 것이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펼친다면, 존슨 총리는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자국 우선주의라는 보수적 가치관의 맥락은 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보리스가 총리를 잘할 것 같다”며 공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존슨이 총리로 당선된 후에도 “보리스의 영국 총리 취임을 축하한다. 그는 위대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도 총리 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혹평한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의 외교문건이 언론에 노출되자, 대럭 대사를 옹호하지 않고 트럼프 입장에 선 바 있다.

해외 언론보도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취임 후 100일 안에 세 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미국을 방문하는 것 외에도 8월 말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면담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12월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0주년 특별정상회의에서도 양측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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