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관계자 "피해자 및 가족에게 조사·징계 절차 설명했고 이의제기 없어"
일각에선 '마치 없었던 일처럼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맞나' 비판 제기...야당, "은폐,궤변 정권" 비판
文대통령 지난 5일 "성희롱·성폭력 조직적 은폐시 기관장도 엄중 문책"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동행한 부처 파견 공무원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희롱하여 중징계 받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사건을 조용히 넘어가거나 은폐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7일 ‘작년 9월 文대통령 訪美때… 파견 공무원이 女인턴 성희롱… 靑, 쉬쉬 하며 직위해제로 매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 정부 부처에서 청와대로 파견돼 근무하던 공무원 A씨가 순방행사 보조를 위해 채용된 인턴 B씨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성희롱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는 매우 곤혹스러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일보는 이어 ‘일부에서는 미국 순방 행사 중 터진 성희롱 사건이 가져올 파장 때문에 일부러 사건을 조용히 처리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당시 성희롱 사건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일부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 뉴욕 순방이 있었고, 순방을 위해 파견된 공무원이 보도처럼 해당 사건을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한편,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이 부분이 공개·보도돼 해당자가 2차 피해를 받길 원하지 않았고,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당시 (사건을) 전후해 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후조치가 미흡했거나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쉬쉬한 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사건에 대해서 “피해를 입은 여성이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고, 해당 공무원은 즉시 귀국 조치가 이뤄져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해당 공무원에 대한 파견직위를 해제하면서 소속기관에 복귀시키는 동시에 중징계를 요청했고, 해당 부처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특히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조사와 징계 절차를 설명했고 이의제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구체적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비공개 방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안이 뉴욕에서 발생한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사후에는 보고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피해자도 밝히질 않기를 원한다’는 피해자의 입장을 빙자해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거나 은폐하려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성추행 피해자가 보호받을 방안’을 강구하는 것까지는 필요하나, 그것이 성추행 사건 자체를 대다수가 모르게, 없었던 일처럼 조용히 넘어가려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과연 정부가 중시하는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의 한 방편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야당측은 “두 얼굴의 정권”, “은폐·궤변”이라며 날선 목소리로 비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한 강력한 (문책) 의지를 표명한 마당이라면 대통령 순방길에 있었던 성추행에 대해서도 숨기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얼굴의 문재인 정권이 가진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인식은 지금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파견공무원 성희롱' 사건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사건 은폐를 대오각성하라"고 촉구했다. 권성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가 성희롱 범죄를 은폐했다.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는 해명은 어설픈 궤변으로만 들린다"며 "박근혜 대통령 방미 시 윤창중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에 벌떼처럼 몰렸던 현 정부와 여당 세력은 그사이 탈을 바꿔쓰고 유사 사건을 덮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직 검사에 의해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이 폭로돼 국민의 충격과 분노가 매우 크다"며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문제 제기를 못 하는 일이 없도록 조직적 은폐나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뿐만 아니라 기관장이나 부서장에게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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