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벌어진 北·中·러 도발에 침묵한 文대통령...심각한 안보문제에도 靑NSC 주재하지도 않아
26일 북한이 전날 미사일 발사는 '남조선 당국자' 향한 경고용이었다는 메시지 콕 찝어 발표했음에도 묵묵부답
반면 일본에 대해선 연일 날선 발언..."일본경제에 더 큰 피해임을 경고"에서부터 "이순신 장군이 불과 12척 배로 나라 지켰다"까지
北·中·러 도발로 외교 혼선 빚어지던 때 부산 '거북선횟집' 찾아 회 즐기며 "일본에 당당하게 대응" 천명
주변국 향해 대조적 태도 보이는 문 대통령 조롱하는 글 SNS에 올라와

출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페이스북
출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페이스북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 영공이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북한이 77일만에 미사일 도발을 하는 등 우리 안보환경을 둘러싼 굵직굵직한 사태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고 국군 통수권자이기도 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러시아 중국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만 지키고 있다. 반면 문 대통령은 한미일(韓美日) 협력체제의 한 축인 일본을 향해선 연일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 대조적인 태도를 두고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3일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동해 상공에서 합동비행훈련을 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진입했고 특히 러시아는 독도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했다. 우리 군의 전투기가 출격해 러시아 군용기를 향해 기총소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영토가 침범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정부를 향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항의성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심각한 안보문제가 벌어졌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NSC를 직접 주재하지도 않았다. 주변 열강들의 군용기가 모두 동해상에 집결한 초유의 사태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으나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24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바로 당일 러시아 정부가 윤 수석의 실명까지 거론해가며 내용 전체를 뒤집는 일이 발생했다. 러시아와 중국 정부는 한국 영공에 무단으로 진입한 사실이 없으며 방공식별구역은 외국기도 비행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강변했다.

이틀에 걸친 러시아와 중국의 영공 침범 문제에서 문 대통령은 침묵했고 청와대 수석은 러시아 측이 조종사 실수인지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건의 심각성을 원만히 넘기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은 북한이 25일 새벽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날리는 도발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따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10시간도 더 지난 오후 4시에야 NSC를 열었다. 이번에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문 대통령 대신 회의를 주재했다.

26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미사일 도발이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조선 당국자’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 직접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앞에선 평화 무드를 연출하면서 뒤에선 이중적으로 한·미군사연습과 첨단무기 도입에 열을 올린다며 수차례 겨냥한 ‘남조선 당국자’는 사실상 문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함에도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북한이 '남조선 당국자'를 이중적이라 비난한 것에 응수하지 않았다. 26일 오후 청와대 관계자는 “담화문이 아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고 “북한 뿐 아니라 어떤 나라든 그 나라의 공식 입장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회피성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북·중·러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즉각 열었어야 할 NSC를 사흘동안 단 한 차례도 주재하지 않았다. 내놓은 발언도 전혀 없었다.

반면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관계에 대해선 상당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일본 무역보복 조치로 한국기업의 피해가 가시화되던 지난 12일 전라남도 무안을 찾아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며 반일감정을 통한 여론 결집을 시도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조국 민정수석도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에 맞서 싸운 의병들의 '죽창가'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정부를 향해 "(대한국 수출 규제 강화는)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둔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만큼은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기존의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참석한 의원들은 이에 적극 호응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경제 한·일대전이 시작됐는데 대통령께서 중심을 잡고 대처해 주셔서 국민들이 든든해한다”라고 말했고 김영호 의원은 “일제침략에 맞서 네덜란드 헤이그까지 달려가 부당성을 알렸던 것이 100여년 전 일”이라며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젊은층 사이에서 이번에야말로 제2의 독립, 단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한 술 더 뜨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경제 침략'이라 규정하며 모두가 아베 정부의 경제적 침략에 맞서야 한다고 대국민 선동을 시도해왔다. 이에 반대하면 친정부 언론들과 함께 ‘친일’이라는 프레임까지 상대에게 씌웠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공침범 문제로 동북아시아 전체가 요동치던 24일에도 시도지사들과 '거북선횟집'이란 이름의 부산 식당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전남 가서 거북선 12척 얘기를 했더니 다들 너무 비장하게 받아들였더라”라면서 유명한 식당을 찾다보니 우연히 가게된 것처럼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는 당당하게 대응하고 특히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식당 이름과 문 대통령 발언을 연관짓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다.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이 도발한 경제전쟁에서 문재인 정부가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출처: SNS 캡처
출처: SNS 캡처

SNS에서는 문 대통령이 연일 역사적 인물까지 끌어들여 반일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것에 “마치 자신이 이순신 장군의 결기를 지닌 것처럼 쇼를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저러는거다”는 등의 비판을 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문 대통령을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제2의 원균'에 빗대기도 했다.

··일 삼각공조와 한·일관계는 한국의 경제적 번영은 물론 국민 목숨까지 담보하는 밑바탕이었다. 일본이 자국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무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면 그에 걸맞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단초를 제공한 한국이 외교적 해법을 등한시한 채 갈등만 키우는 것은 자해에 가깝다는 게 각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구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일과 북··러 간 구도가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대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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