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원 2명, 9일째 北 억류 중
통일부 18일 사건 인지했지만 보도유예로 국내 공개되지 않아...주북 러시아 대사관 통해 24일 밝혀져
北, 우리 측과 대화 거부...러시아와는 송환 논의하는 듯

러시아 선적의 어선 '샹 하이린(Xiang Hai Lin) 8호'[출처=마린트래픽 홈페이지]

북한이 러시아 선박에 승선했다가 나포(拿捕)돼 9일째 억류 중인 한국인 선원들의 송환 문제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일부 측의 보도유예가 걸려 있던 이번 사건은 러시아 대사관의 발표가 나기 전까지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한국인 선원 문제와 관련해 “위에서 통보받은 바가 없다”는 기존의 대답을 되풀이했다고 알렸다. 현재 통일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대표 간 접촉으로 해당 사안을 계속 문의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우리 국민 신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이번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 18일 오후로, 국내에 있는 러시아 선박 선사(船社) 대리점을 통해 국인 탑승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 회신을 북측에 요청했다.

북측은 그러나 19일 오전 연락사무소의 남북 간 연락대표 접촉에서 “위에서 내려온 통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18일과 19일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 명의의 대북 서한을 두 차례 보낸 것을 포함해 이날까지 거듭 회신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지문에는 한국인 선원들이 안전하게 귀환하도록 조치해 달라는 것과 북측이 선박을 데려간 경위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 등이 담겨 있다.

현재 통일부는 러시아 당국을 통해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 북러 간에는 송환 논의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나포된 한국인 2명 승선 러시아 어선 추정 경로./연합뉴스

한국인 선원 2명이 탑승한 러시아 국적 300t급 선박 ‘샹 하이린(Xiang Hai Lin) 8호’가 북한에 강제 억류된 사실은 주북 러시아 대사관의 발표를 통해 24일 밝혀졌다.

해당 선박은 16일 오후 7시쯤 속초항을 출발해 러시아 자루비노 항으로 향하던 중 기관 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다 17일쯤 동해 상 북측 수역에 들어가 북한 당국에 단속됐다.

이 선박은 홍게잡이 어선으로 한국 선원 2명 외에도 러시아 국적 선원 15명 등 총 17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인 선원 두 명은 각각 50대, 60대 남성으로 러시아 선사와 기술지도 계약을 맺고 어업지도 및 감독관 자격으로 승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는 지난 19일과 24일 이번 사안과 관련한 백그라운드 브리핑(익명보도를 전제로 한 언론 설명)을 진행했다. 한국인 2명의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기자단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한국인 선원이 북한에 나포된 사실은 국내에 보도되지 않았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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