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과 정부여당, 국회에 추경 통과 사정하는 모양새 연출...물밑협의 없는 '보여주기'식 행보에 야당 반발
김재원 예결위원장 "자유한국당에 추경 통과 실패의 덤터기를 씌우려는 것"이라며 격노
"워낙 급하다니 편의 봐주려 했는데 자료도 안내놓고 열람이나 하라고 해"..."홍 부총리가 예산 내역 보고했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예산의 조속 통과를 강조하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착한 추경’이라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사전연락도 없이 무턱대고 국회를 찾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나 원내대표는 홍 부총리의 이런 일방적 행보에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자유한국당에 추경 통과 실패의 덤터기를 씌우려는 것”이라며 격노했다.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지난 24일 홍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가 끝난 뒤 국회로 달려와 정치권에 추경 통과를 읍소하는 모양새를 비춘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본지에 “좌우할 것 없이 국회를 이렇게까지 무시하는 정부가 없었다”면서 “애초에 추경예산에 편성할 수 없는 것을 요청한 것도 무수히 많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관련한 예산도 정부가 제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정부가 예산안을 올린 뒤 일본의 무역보복이 있지 않았느냐”며 “그러면 수정해서 다시 제출하면 되는데 그렇게 못하겠다면서 여당의원을 통해 올린 예산안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여당을 성토한 것은 예산 관련 자료를 의원들에게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결위원들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추경예산은 자료 비공개 투성이인 데다가 자료 제출 대신 열람만 허용해놓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본래 추경은 국가재정법 35조에 의하면 수정예산으로 편성하게 돼있다. 정부가 워낙 급하다고 하니 편의를 봐주려 했는데 우리에게 심사할 자료가 없는 상황아니냐”고 추경 심사를 중단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야 간 의사일정 문제로 기싸움 벌이는 것을 고려해 내린 정치적 행위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홍 부총리가 예산통과를 위해 백방으로 애쓰는 것처럼 언론에 비춰지자 도저히 참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2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분란 일으키지 않으려고 참고 있었지만 이분 홍남기 부총리가 저에게 일본의 무역보복 대응예산 내역을 보고했다는 보도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경제성장을 위한 추경이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야당은 ‘총선용 현금살포’와 ‘단기일자리 만들기용 선심성 현금살포’ 예산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예산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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