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문재인 정부의 민족주의가 한일(韓日) 경제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나
가장 중요한 전략은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태도이지 미움 앞세우는 게 아냐
지금도 '동학 농민의 난'과 같이 전략도 논리도 없이 반일 감정만 무기로 삼는건 아닌지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이 와중에 청와대 조국 수석은 “일본과의 경제 외교전,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 “싸워서 이기자”고 부추긴다. 과거에 일본을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 죽창과 의병을 이야기한다. 또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을 비난하면 친일파로 매도한다. 이른바 ‘친일과 반일’ 프레임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친일과 반일은 ‘민족과 반민족’ 프레임과 맥을 같이 한다. 반일을 하면 민족진영이고, 친일을 하면 반민족 진영이 된다. 이런 선동사고의 핵심에는 ‘민족’이 있다. 민족을 중심에 두고 ‘친일·반일’이라는 프레임에서 파생된 선동이다.

민족은 인간의 피붙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개념이다. 민족은 국민을 단합시키고, 국민들의 에너지를 집결시키는 수단으로 좋은 용어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들도 민족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수천 년간 가난했던 한국을 압축적으로 고도성장하는데 민족이란 용어로 국민 에너지를 집결시켰다. 민족이란 단어는 묘한 마력이 있어서, ‘한번 잘 살아 보자’라고 외치면, 국민들이 뭉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민족을 잘못 사용하면 국민을 파멸의 길로 내몰게 된다. 역사적 실체를 따져 보면 민족이라는 용어는 내용이 없지만 감성적이고, 맹목적으로 국민을 한쪽으로 쏠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국가 지도자가 민족을 앞세우게 되면, 반드시 국가 방향에 대한 철저한 전략과 논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이 같은 사고가 장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일 경제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과거 일본에 패배한 역사적 진실을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인지 죽창을 언급하며 싸워 이기자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역시 민족적 반일정서로 똘똘 뭉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것은 감성적인 선동일 뿐,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과 논리가 없다. 민족적 반일 미움만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내용뿐이다.

동학 농민의 난 당시 일본과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때는 1894년 공주 근처에서 일어난 ‘우금치 전투’다. 이 전투에서 동학 농민군은 2만6000명이 전사했고, 일본군은 단 1명 전사했다. 모든 전쟁의 목표는 승리다. 승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전쟁에 임하는 것이다. 우금치 전투는 전사자 수를 놓고 봤을 때, 애초부터 전쟁할 필요가 없는 전투였다. 우리는 우금치 전투를 통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은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지도자의 몫이다. 혼자서 애국한답시고 떠들어대면 본인은 시원할지 몰라도 그 희생은 농민군의 몫이 된다. 지도자는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농민군 2만6000명의 희생이 있었지만 적군을 단 1명밖에 죽이지 못한 전투에서의 전략은 단지 반일을 하자는 미움뿐이었다.

경제전쟁도 전쟁이다. 전쟁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은 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을 너무도 모른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벌였던 대일 외교와 대법원 일제 강제징용 판결이 발단이었다. 일본이 우리에게 던진 경제전쟁의 전략은 상품생산에 필요한 중간 자본재 수출 차단이다. 상품 간 수출입 전쟁이 아닌 자본재를 차단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공장가동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 같은 전략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경제전쟁에 접근하는 일본의 태도다. 일본은 자신들을 철저히 객관화 시키는 자세로 모든 분야에 임한다. 주관적인 평가가 아닌, 객관화시켜 자신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경제 전쟁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 자신들의 처지를 객관화시켜 철저히 분석한 후 확신이 들 때 행동에 임했다. 반면 우리는 이 사태를 철저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족과 반일이란 감성의 무기를 전략으로 내놓을 수 있는 무책임한 전략이다.

지난 우금치 전투에선 2만6000명의 농민군이 전사했지만, 이번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선 더 많은 국민들이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후 70여 년 동안 쌓아 올린 경제발전의 틀을 깨고 기나긴 경제 ‘폭망’의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 국가 지도자가 일본에 큰소리치는 재미를 보는 동안 국민들은 경제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는 거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큰소리를 치면 과거 패배의 역사가 승리의 역사로 바뀔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그 같은 전략은 우리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략과 논리도 없이 민족적 반일 감정에 기반한 무기는 우리를 망국으로 이끌 뿐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자유경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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