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공구역, 영공 유린한 중-러 군용기...韓美동맹 '약화' 우려에 靑-與는 "협의하기로 했다" 미온적 태도
우리 방공구역, 영공 유린한 중-러 군용기...韓美동맹 '약화' 우려에 靑-與는 "협의하기로 했다" 미온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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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중・러 방공구역 침범해 별도 입장 안 내...靑은 美와 "협의하기로 협의했다" 식 발표
영공 침범한 러시아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 진입해 유감...비행은 中과의 연합훈련"
中, 방공구역 침범 먼저 해두고 "영공은 침범 안 했다"며 적반하장 발표...관영매체도 발맞춰
與는 日 탓하기 바빠...공식 홈페이지 "日 무도한 경제 침략" "日 수출규제에 여야5당 총력 다해야"
美 볼턴, 정부여당 인사 만나기 전 나경원부터 만나...'군용기 논란' '한반도 문제' 등 현안 논의
중국 H-6 폭격기(좌)와 러시아 TU-95 폭격기(우). (사진 = 위키백과 캡처)
23일 우리 방공구역을 침범한 중국 H-6 폭격기(좌)와 러시아 TU-95 폭격기(우). (사진 = 위키백과 캡처)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방공구역(한국방공식별구역 KADIZ, 카디즈)과 독도 영공을 제 집처럼 드나든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겉으로나마 “침범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반면, 당초 방공구역 침범을 먼저 저지른 중국은 '침범'이란 용어를 함부로 쓰지마라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 입장을 취해야 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았던 청와대는 뒤늦게 미국과 “협의하기로 협의했다“식 발표를 내놨다.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러시아는 방공구역 침범을 저지른 23일 두 차례에 걸쳐 문재인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차석 무관이 전날(23일) 오후 3시경 우리 국방부 정책기획관에 ‘러시아 국방부가 즉각적으로 조사에 착수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방공구역 침범은 우발적이었지만, 당시 비행은 사전에 중국과의 연합 비행훈련으로 사전 계획됐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어도 남단에서 동해 북방한계선(NLL) 상단까지 한반도 전역을 오가며 공동으로 조기경보통제기와 전폭기를 운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中, 日 탓만 하는 與

중국 측은 우리 방공구역 침범이 있었던 날 “한국 영공은 침범한 게 아니다”라는 식의 입장을 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군용기가 우리 방공구역을 ‘침범’했다는 한국측 지적을 두고 “중국과 한국은 좋은 이웃으로 ‘침범’이라는 용어는 조심히 써야 한다”며 적반하장식 반응을 했다. 신화통신이나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들은 “러시아 국방부는 관련 국제법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다” “한국 전투기는 러시아 군용기를 향해 360발의 경고사격을 해 안전을 위협했다”며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보도를 했다.

24일 현재 민주당 공식홈페이지 대문에 걸려있는 배너들. (사진 =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24일 현재 민주당 공식홈페이지 대문에 걸려있는 배너들. (사진 =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중국과 러시아엔 ‘유감 표명’에 그친 데 반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일본 탓’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은 일본 영토(독도) 침범”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문재인 국방부는 곧장 “일본 측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방공구역과 영공까지 침범에 나선 중국・러시아에 대한 대응과, 이에 반응한 일본에 대한 대응을 유사하게 내놓은 셈이다.

민주당은 24일 오후 현재까지도 공식 논평 등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날 확인한 민주당 공식 홈페이지에는 “정부와 국민은 하나로 뭉쳐 일본의 무도한 경제 침략에 각자의 역할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해법마련에 여야5당이 총력을 다해주길 당부한다”는 내용의 주요 배너가 2곳에 걸쳐 확인됐다. 일본이 내놓은 수출특혜 폐지를 두고서는 “사실상의 이적행위” “우리 대법원 판결(징용 배상 관련)을 무시하면 친일파” 등 강경발언을 이었지만, 우리 영공까지 침범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셈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중국과 러시아의 방공구역 침범)은 중국과 러시아의 의도된 계획의 합동 훈련이라고 본다”면서도 “국방부에서는 그에 대한 의도를 아직 분석하고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전날 야권에서 제기한 ‘한미일 공조 균열론’에 대해서는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한미간 (공조) 강도가 얼마나 세졌는지 (최근 평택서 진행된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알 수 있다”며 일축했다. 안 의원은 오히려 “우리 군은 신속히 대응했고, 공군작전사령관은 실시간으로 적절히 판단했다. 9.19 군사합의 이후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자화자찬성 발언까지 내놨다.

野선 ‘느슨해진 한미동맹’ 우려...美 볼턴, 24일 방한해 나경원부터 만나

24일 방한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좌)를 만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우). (사진 =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날 정부여당 인사들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먼저 만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우리 방공구역 진입에 “유사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자”는 내용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오후에야 문재인 정부 관료들을 만나, 최근 일본과의 분쟁상황과 한미동맹 우려 내용 등을 논의했다. 야권에서는 이보다 앞선 방공구역 침범 당일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돼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상황에서 느슨해진 한미동맹을 ‘테스트’해본 것”이라는 등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사건 직후 NSC를 열지도 않은 청와대는, 뒤늦게 우리 안보 동맹인 미국 측과 ”협의해나가기로 협의했다”식 입장을 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볼턴 보좌관과 한반도 문제 등 주요 현안과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방안에 대해 협의했다며 ▲중국・러시아의 방공구역 무단 진입과 우리 측 대응 ▲판문점 회동 합의내용인 비핵화 협상 진전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 필요성 등 내용에 대해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협의해나가기로 협의한 협의를 진행한 셈이다.

한국당 측은 중국과 러시아의 방공구역 침범을 두고 “대한민국 사방이 뚫렸다”는 논평을 내는 등 문재인 정부 비판에 나섰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23일 “대한민국 국군의 기강 해이가 도마가 오르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 군용기까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안보가 이렇게 무너진 것은 바로 판문점 선언, 9.19 남북군사합의 때문이다. 그 날 이후 우리군의 정찰 능력과 즉각 대응 태세는 구멍이 났다”는 등 민주당 측 입장을 반박했다. 이어 “군은 약속이나 한 듯 계속해서 경계에 실패했다. 그래놓고 군은 책임 규명이나 재발 방지책 없이 은폐하고, 왜곡·조작했다”는 국방부 비판도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을 만난 뒤 나 원내대표 또한 “한미동맹 없는 대한민국은 바람 앞의 촛불”이라며 “한국당은 중국과 러시아의 방공구역 침공과 관련된 국회 규탄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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