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하며 항의...자위대 전투기 긴급 출격하기도
외교 전문가들 '양국, 냉정하고 이성적인 대응으로 관계 악화 심화 않도록 관리해야'

 

우리 군이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에 대해 경고사격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는 우리 땅"이라며 항의했다. 

24일 국내 외교 전문가들은 한·일 경제갈등이 심화해 한국에서 반일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이 양국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 가운데 하나인 독도 영유권 문제까지 제기해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가 냉정하고 이성적인 대응으로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은 23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는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로 영공 침해를 한 러시아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대응해야하지, 한국이 거기에 무언가 조치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 입장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한·러 공군기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한국 군용기가 경고사격을 실시한 데 대해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극히 유감인 (사안)"이라며 "한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해를 비행하던 러시아 군용기가 2번에 걸쳐 시마네(島根)현 다케시마 주변 영공을 침해했다”며 “(러시아 측에도)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와 한국에 각각 외교 루트를 통해 재발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내세우며 한국과 러시아에 동시 항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가 장관은 이날 자위대기의 긴급 출동 사실도 언급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군용기인지, 몇 대가 어디로 출격한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일본 통합막료감부는 이날 “중국 H-6 폭격기 2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2기가 일본해(동해)를 비행해 (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키는 대응을 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전투기 종류, 진행 경로, 중-러 폭격기가 일으킨 문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NHK방송은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침범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타국 항공기가 사전 통보 없이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면 경계 비행을 한다. 일본 측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자위대기를 발진시켰다는 입장이다.  

한편 스가 장관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북동아시아 제1과장이 주일 한국대사관에, 주한 일본대사관의 참사관이 한국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1과장에 각각 항의 의사를 밝혔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국 측에 “우리 영토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이날 전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에 대해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고유 영토”라며 “일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일 간 경제갈등이 확산되는 와중에 민감한 독도 영유권 문제까지 불거졌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이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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