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위반 시 추가적인 수출통제 제재·벌금·몰수·형사상 소추 받게 될 것”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북한정권의 상업 무선 네트워크 구축과 유지를 비밀리에 도왔다고 단독 입수한 내부 문서와 전직 화웨이 직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으로부터 ‘국가적 안보 위협’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화웨이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WP는 “만약 화웨이가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사실이 발견된다면 화웨이는 추가적인 수출통제 제재와 벌금, 몰수 및 박탈, 형사상 소추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소유한 ‘판다 국제 정보 기술’과 파트너 관계인 화웨이는 최소한 지난 8년 동안 (북한과의) 다양한 사업에 관여해 왔으며 이러한 사실은 주문서와 계약서, 상세한 표 등에 명시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화웨이 직원은 이 자료를 WP에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들도 다른 두 벌의 문서를 제공했다.

WP는 “미국의 기술로 만든 부품을 사용하는 화웨이가 핵프로그램 개발과 인권 유린으로 인해 광범위한 국제적 제재에 직면한 북한으로의 수출을 금지하는 미국의 수출통제법을 위반했는지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2008년 이전 북한은 3G네트워크를 구축해줄 다국적기업들을 찾기 위해 고심했고 결국 북한의 무선업체 고려링크를 출범했다. 김정일은 2006년 중국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를 방문했다. 미 조지워시턴 대학의 알렉산드레 만소로브 부교수는 “그 때부터 북한은 화웨이와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고려링크는 2008년까지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과의 합작을 통해 구축됐다. 화웨이는 북한의 고려링크를 출범하는데 필요한 기지국과 안테나, 다른 장비들을 제공하기 위해 판다 인터내셔널과 밀접하게 협력했다.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수년 동안 화웨이와 판다의 직원들은 평양 김일성 광장 근처의 싸구려 호텔에서 함께 일했다.

또한 국제 문서들은 화웨이가 지난 2017년 미 재무부의 재재를 위반한 중국 회사 ‘단동 계화’와 협업관계임을 보여준다. 단동 계화는 상품을 북한에 수출하거나 북한으로부터 수입해 북한 정권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자금을 지원한 혐의으로 미 재무부의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WP는 “다만 단동 커화가 화웨이와 북한의 관계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단동 계화가 제재대상에 오른 이후에도 화웨이가 이와 여전히 협력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WP는 화웨이 내에서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특정국가들을 암호로 지칭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문서에서 독일, 미국, 멕시코 등은 국가명 그대로 언급됐다. 그러나 북한은 ‘A9’이란 암호명으로 명시됐다.

이집트 오라스콤은 지난 2011년 러시아 빔플콤에 매각됐다. 빔플콤은 고려링크를 새로운 자회사로 분리했다. 이 회사는 현재 ‘오라스콤 투자 홀딩’으로 불린다.

북한정권은 2013년 강성이라는 라이벌 네트워크 회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ZTE를 사용했다. 강성은 고려링크를 재빨리 대체했다.

2014년 미 상무부는 미국산 부품을 판다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판다가 중국 군대와 또는 미국의 제재 아래 있는 다른 국가들에 이를 제공한다는 혐의였다. 이후 판다에 북한에 제공될 것이 분명한 통신부품들 또는 최소 10% 이상 미국산 부품이 포함된 부품들을 수출하는 것은 수출법 위반으로 간주됐다.

또한 화웨이는 지난 5월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혐의다.

화웨이와 판다는 지난 2016년 상반기 평양에 있는 그들의 사무실을 모두 비웠다. 그 기간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는 더욱 강도가 높아졌다. 오라스콤은 지난 2018년 9월 유엔으로부터 고려링크를 운영하는데 유예를 받았으며 화웨이가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유지 및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WP는 “만약 화웨이가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다면 화웨이는 추가적인 수출통제 제재와 벌금, 몰수 및 박탈, 형사상 소추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화웨이와 북한이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워싱턴의 분노를 돋울 것”이라고 했다.

WP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화웨이는 고려링크를 위한 최소한 한 개 이상의 ‘확장’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통합’과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관여했다. 현직 화웨이 직원인 인 차오 씨는 WP에 자신이 지난 2012년과 2013년 고려링크의 자동화된 콜백 시스템과 관련해 일했다고 말했다.

2008년 계악서에 따르면 판다는 화웨이의 장비를 북중 국경 도시인 단동으로 보냈다. 그곳에서부터 열차를 통해 평양으로 장비가 이동됐을 가능성이 있다.

현직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WP에 “이 모든 사실들은 회사의 문화와 수많은 사건들이 법을 위반하거나 회피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화웨이와 같은 신뢰할 수 없는 기업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일반적인 우려에 잘 들어맞는다”며 “개인의 인권을 박탈하는 북한정권과 같이 일하는 것은 우려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부터 화웨이와 북한을 조사해온 미 상무부는 두 국가의 공모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그러나 상무부는 여전히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 법무부는 화웨이가 금융 사기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반에 연루됐다고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대북 거래 시기를 정확히 알아야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전문가인 마틴 월리엄스는 22일(현지시간)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업체들과 북한이 협력해 북한 내 무선통신망 감시와 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거래가 언제 이뤄졌고 달러로 거래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웨이와 북한정권의 거래와 결재가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법이 발효된 2016년 2월 18일 이후에도 계속됐다면 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미 법무부가 추가 조사를 통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월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거래 시점과 중국 정부가 배후에서 지원했는지 등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평가와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웨이는 성명을 통해 “북한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웨이의 조 켈리 대변인은 과거에 화웨이가 북한에서 사업을 운영한 적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답하는 것을 거부했다. 중국 국영 판다 인터내셔널의 모기업인 판다 그룹의 대변인도 논평을 거부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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