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과 한일갈등 겹친 상황에서 국내 검찰 수사 등으로 잔뜩 위축된 삼성그룹
국내외 경제계 인사들의 전망대로 대미투자 확대 가시화되리란 시각 대두되고 있어
일본정부의 대한(對韓) 수출제재는 정확히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 타깃으로 해...기존 미국 생산라인 확대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방안

"지금 삼성전자가 미중 간 교역전쟁과 한일관계 악화 등으로 참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초 삼성전자 측이 국내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으로 글로벌경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며 밝힌 사내 분위기다. 22일 재계 관계자들이 예상해온 바와 같이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생산라인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란 의견이 탄력을 받고 있다. 첨예한 미중갈등과 최근 급격해진 한일갈등까지 감안한다면 삼성전자로선 미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무역 갈등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책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스템반도체 전용 공장(시스템LSI)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한 뒤 국내 공장까지 시스템반도체 전용 공장으로 전환할 정도로 차세대 먹을거리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전 세계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 부문에서 2030년까지 국내 R&D(연구개발)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시설 인프라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양성과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R&D 및 제조 전문인력 15,000명을 채용한다는 게 발표 내용의 골자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500명 이상의 팹리스 고객과 파운드리 파트너가 참석한 가운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코리아'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폭 넓은 차세대 첨단기술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기차게 대미(對美)투자를 요청하기 이전부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해 수조원을 들여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확대를 추진해왔으며 이번 한일갈등을 계기로 해서 추가 투자계획을 따로 밝힌 것은 없다.

그러나 뉴욕 월가를 비롯한 국내외 소식통과 복수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대미(對美)투자 확대가 곧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뉴시스 취재에 응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로 일본을 리스크가 있는 국가로 인식하면서 리스크 헤징을 위한 공급망 점검과 함께 생산기지에 대해 장기적인 검토가 이뤄지며 미국 공장 증설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펜앤마이크 대담에 출연해 구체적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일본이 지난 4일 시작한 ‘3대 소재 수출규제’는 정확히 삼성전자가 2030년에 1위를 목표로 투자계획을 밝힌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를 핵심 타깃으로 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와 함께 차세대 사업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바이오헬스 분야도 지난 탄핵정국 이후 끊임없는 검찰 수사로 예전처럼 발 빠른 의사결정과 선제적 투자가 국내에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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