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 페이스북에 "정부와 대법원 판결 부정하는 사람은 '친일파'"라며 국민 편가르기 나서
'배상'과 '보상'의 차이 강조하며 김능환 대법관 판결 이후 '배상'의 길 열린 것이라는 이색 주장 제기
법조및 외교계 전문가들은 "청구권협정 무효로 할 것 아니라면 지켜야"..."한국정부가 보상해주는 수밖에 없어" 지적
조국 주장의 심각성은 '청와대가 한일문제 반대 국민을 직접 '친일파'라고 규정하며 공격한 데 있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의사 드러내며 한일관계 파탄 심화시키는 청와대가 '친일' 프레임으로 국민도 분열시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정부 입장과 지난 대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로 불러야 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예견한대로 현 정권이 한일갈등이라는 외교적 문제를 국내 정치로 끌어와 속칭 ‘재미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 수석은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현 정권의 유력 인사다.

조 수석은 20일 오후 2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학에서 ‘배상’(賠償)과 ‘보상’(補償)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라며 당면한 한일갈등과 법적 시비에 대한 글을 시작했다.

조 수석은 대통령의 법률보좌 역할을 수행하는 민정수석이기 이전에 스스로가 ‘법을 공부하고 가르쳐온 법학자’라며 자기 발언에 여러 차원으로 권위를 부여하려 했다.

그는 ‘배상’(賠償)과 ‘보상’(補償) 중 “전자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갚는 것이고, 후자는 ‘적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갚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대법원 판결과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을 폄훼했다. 그는 “근래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서 이 점에 대해 무지하거나 또는 알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하여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조 수석에게 이번 한일(韓日)문제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한 사람’인 셈이다.

그가 전문가를 자처하며 논점으로 제시한 세 가지는 ‘1965년 한일협정’, ‘2005년 참여정부 시절 민관공동위원회’,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및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결정이 난 문제들이다.

우선 조 수석은 1965년 한국이 3억 달러를 일본으로부터 받았지만 이는 ‘배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예나 지금이나 일본정부는 “위안부, 강제징용 등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으로 조 수석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1965년 한일협정에서 “정치적 ‘보상’이 포함되어 있을 뿐, 이들에 대한 ‘배상’은 포함되어 있지”않다는 점을 확인했고 정부 간에 “다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안 되지만, 한국인 개인이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수석은 2012년 김능환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판결의 취지가 “외교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청와대 사이의 ‘사법거래’ 대상”이었음에도 2018년 확정돼 ‘배상’의 길이 열린 것이라 해석했다.

그러나 법조계 및 외교계 전문가들은 20일 본지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한일청구권협정의 제2조 3항을 보더라도 상대국가와 그 국민에 대해 서로 어떠한 주장도 장차 할 수 없도록 국가 간 합의를 명백히 했다”면서 “청구권협정을 아예 무효라고 할 게 아니라면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에서 조선일보에 이르기까지 복수의 언론보도를 참고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는 수밖엔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였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당시 공개된 한일정부 문서들을 모두 검토한 각계 최고의 전문가들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기에 일본이 아닌 한국정부가 한국민들에게 직접 보상했다.

심각한 문제는 조 수석이 이날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친일’ 프레임에 발동을 건 사실이다. 그는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한국사회를 분열시켜온 ‘친일파’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 부정도, 비난도, 왜곡도, 매도도 해선 안된다는 유력한 차기 법무부장관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그는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지난 19일 원일희 SBS 논설위원은 “나는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진행하던 시사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다. 더욱이 그는 “익명의 청와대 고위관계자 멘트까지 동원된 친일 공세는 집요했고, 어둠속 칼날과 손은 보이질 않습니다”라는 발언까지 한 바 있다.

먹구름 낀 한일관계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마치 대일 압박카드라도 되는 양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까지 꺼내들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경제 및 통상 분야에서의 마찰을 안보 분야로 확전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휘발성이 있는 한일관계에서의 현안들을 다루는 청와대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을 향해 ‘일본 정부 입장’에 편드는 ‘친일파’라고 규정한 셈이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출처: 조국 SNS 캡처
출처: 조국 SNS 캡처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