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19일 오후 영국 유조선 두 척 나포...영국 정부 이날 저녁 긴급회의 소집
이란 정부, 영국 발표와 달리 두 척 아닌 한 척이라고 주장...영국, '항행의 자유 보장하지 않으면 결과 보여줄 것' 경고
트럼프 대통령, 오직 이란이 말썽이라면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효과를 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5대 핵심 석유수송로...영국 유조선 나포로 인한 갈등 고조로 국제 유가(油價) 2% 이상 반등

출처: UK Reuters
출처: Reuters UK

이란이 19일 영국 국기를 단 유조선 두 척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하면서 국제사회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이란의 대처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란을 향해 유조선들을 원상복귀 시키지 않으면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며 강력 경고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이번 나포에 대해 자신이 그간 이란과 갈등을 겪었던 이유가 또 다시 드러난 셈이라고 말해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 위한 모종의 명분 쌓기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지난 19일 오후 4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Stena Impero)’와 ‘메스다르(Mesdar)’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 정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스테나 임페로’를 나포한 것을 시인하며 영국 해군이 2주 전 지브롤터 해협에서 이란의 유조선을 나포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이란 정부는 영국 측 발표와 달리 ‘메스다르’가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 측은 ‘메스다르’를 나포하지 않았고 안전 운항을 준수하라는 경고만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란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강력 성토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저녁 긴급회의(cobra meeting)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란이 영국 유조선들을 나포한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항행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고 바로 이 해역에서 모든 배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이란의 무장세력은 헬기까지 동원해 위협 가하며 영국 배들의 항로를 변경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즉각 자국 소속의 선박들에 대해 안전을 위해 호르무즈 해역에서 나오라는 지침을 내렸다.

헌트 장관은 이란 수도인 테헤란에서 영국 외교관들이 이란 정부와 접촉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영국 배들이 자유롭게 항행하도록 풀어주지 않는다면 결과(consequences)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주요 외신들은 영국 정부가 아직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영국과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협조 관계에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이 ‘미국의 훌륭한 동맹(a very great ally of ours)’이고 이번 문제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그동안 자신이 말해온대로 이란이 ‘오직 문제(nothing but trouble)’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가 효력을 나타낼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5대 핵심 석유수송로 중 하나다. 서방국가들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유가(油價)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영국 해군이 시리아로 가는 이란 유조선을 지브롤터 해협에서 나포했다. 미국 해군은 18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드론을 격추했다. 이란도 지난 6월 미국의 드론을 격추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이란을 압박하고 미국과 이란이 서로 무인기까지 번갈아 격추시킨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영국 유조선 나포 문제로 격랑에 휩싸이는 상황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국제유가 기준물인 9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2% 이상 반등했다. 국제유가가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한 정세로 꿈틀대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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