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이상 시민이면 서울시 에너지 정책 중장기 계획 참여 가능... '학습' '토론'만 거치면 돼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조성' '미세먼지' '공사 주민참여 감독제' 등서 시민 의견 수렴한다며 논란 빚어
"전문가들 모여도 결론짓기 어려운 에너지 계획에 일반인 참가시켜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진 = 서울시 '서울에너지 시민기획단 모집' 페이지 캡처)
(사진 = 서울시 '서울에너지 시민기획단 모집' 페이지 캡처)

공사장 감독에 부녀회장 등 주민을 쓰겠다던 서울시가, 이번에는 시 에너지 계획에도 ‘시민’ 목소리를 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원 자격’은 서울에 거주하는 중학생 이상이기만 하면 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19일 ‘제5차 서울시 지역에너지계획’에 시민 의견을 반영한다며 “서울에너지시민기획단 100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2040년까지 서울시 에너지 정책에 관여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이 시민들은 워크숍을 통해 서울 에너지 현황과 미래 에너지 시나리오 등을 ‘학습’한 뒤, ‘토론’을 거쳐 이 중장기 계획에 관여하게 된다고 한다. 시는 기획단 참가 자격으로 “에너지와 환경에 관심있는 중학생 이상의 서울시민”만을 들었다.

서울시가 이같이 ‘주민’을 이용하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광화문광장 세종 상을 옮기고, 소위 ‘세월호 기억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안이 담겨 논란이 인 ‘광화문광장 재조성’ 안을 내면서도 시민위원 100여명을 뽑아 “소통했다”고 홍보했다. 이에 시민들이 “시로부터 공모안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지도 못했고, 소통 없이 일방적 통보로만 공모가 진행됐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민 30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시민 논의 당시 나온 해결책은 ‘민간으로의 차량 2부제 강제’와 ‘도시 내 숲 조성’ 등 시민 부담을 늘리는 안들이 제시됐다. 지난 6일에는 국내 미세먼지 전문가 100여명이 모인 ‘미세먼지 전문가 컨퍼런스’에서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은 데 비하면, 일반 시민 논의에서는 소기의 ‘성과‘가 있던 셈이다. 다만 일반인과 전문가 회의 모두에서, 국내외 연구단체로부터 줄줄이 미세먼지 주 해결요인으로 지목된 ‘중국과의 외교적 해결’은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달 10일에는 ‘주민참여 감독제’를 통해 ‘주민 대표’가 직접 3000만원 넘는 돈이 들어가는 동네 공사를 감독하도록 한다는 안을 추진하고도 있다. 감독 시 2~3만원의 활동비(시 예산 지원)까지 나온다. 시는 일반 시민들까지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까지 담았다. 여성의 참여율을 40% 이상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부녀회장 등 공사 관련 지식이 모자란 여성들이 나랏돈을 받아가며 시 감독에 동원된다는 소식에, “동네 아줌마들에게 세금 퍼주겠다는 정책” “전문가는 어디에 두고, 공사나 공법도 모르는 일반인을 감독으로 쓰느냐”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사진 = 서울시 '지역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보고서 중 일부 캡처)

지역산업과 일자리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에너지 계획에까지 일반 시민을 ‘활용’하겠다는 시의 정책에 전문가들의 비판이 커진다. 시 정책 발표 전날(18일) ‘탈원전 정책 규탄 대국민 보고‘에 참석했던 한 대학 원자력학과 교수는 19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전문가들 여러 명이 모여도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에너지 계획에 (서울시가) 일반인을 참가시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앞선 4대강 보 해체 관련 위원회도 편파적으로 정부 목소리만 대변했다는 지적이 나왔듯, 지자체 사업에도 지자체장(박원순 서울시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각종 우려가 나오는 ‘시민의 에너지계획 참여’ 정책은 서울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신청서를 받고 있다. 시 측은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시민참여형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활동’은 오는 8월24일부터 시작된다. 지난 4월 발표된 서울시 ‘지역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에는 2억원의 예산을 사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시민기획단‘ 활동 등에 책정된 예산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추가 예산 책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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