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금수품인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두 대가 부산에서 환적돼 북한으로 밀수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차량을 운반한 선박은 북한에 정제유를 불법 전달하고,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데 이어 벤츠 차량까지 북한에 전달해 총 세 차례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입수한 한국 해양수산부의 선박 입출항자료에는 최근 북한으로 고급 차량을 운송해 논란이 된 DN5505호의 화물이 ‘차량’으로 기재되어 있다.

입출항자료에 따르면 DN5505호는 지난해 9월 26일 철강제품을 화물로 신고한 뒤 부산으로 입항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2일 부산을 출항할 때 신고 화물이 ‘차량’으로 변경됐다. 철강제품을 싣고 부산에 입항해 화물을 하역한 뒤 약 보름 뒤에 차량제품을 싣고 다음 목적지로 떠난 것이다. 최초 네덜란드에서 선적된 것으로 알려진 벤츠 차량이 부산에서 다른 선박에 옮겨져 출항했다는 뜻이다.

앞서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보고서를 통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2대가 2개의 컨테이너에 각각 적재돼 중국 다롄과 일본 오사카 등을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부산을 출항한 DN5505호는 이후 약 18일간 사라진 뒤 다시 포항 인근에 나타났다. 선박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차량이 아닌 석탄을 싣고 있었다. 이 석탄의 최종 구매자는 한국의 A사로 알려졌다.

DN5505호는 벤츠 차량을 실은 채 부산항을 떠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D)를 끈 채 약 20일 가까이 사라졌고 이후 북한산 석탄으로 의심되는 화물을 적재하고 다시 포항에 나타났다. 결국 벤츠 차량을 어딘가에 하역하고 대신 석탄을 싣고 온 것이다.

보고서는 DN5505호가 부산항에서 출항할 때 최초 출항지를 러시아 나홋카 항으로 기재한 점을 근거로 차량을 러시아로 운송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이 선박이 러시아 나홋카로 이동했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DN5505호는 이 석탄을 싣고 나타난 지 약 두달 뒤인 올해 2월 북한산으로 의심됐던 석탄의 2차 수입 분을 싣고 포항에 입항했다가 출항보류 조치를 받은 뒤 현재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 DN5505호가 한국에서 차량을 옮겨 실은 뒤 북한에 전달한 정황이 공개되면서 이 선박의 선주의 추가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도 높아졌다.

DN5505호의 선주는 앞서 북한에 정제유를 불법 환적해 폐선 처리된 카트린호의 운영주 도영 쉬핑(Do Young Shipping)과 동일하다.

도영 쉬핑은 북한에 정제유를 불법 전달하고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데 이어 유엔 안보리 금수품인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북한에 운반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현재 도영 쉬핑은 한국에서만 총 세 차례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도영 쉬핑은 회사명을 한국식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세회피처로 잘 알려진 마샬 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대표는 러시아인으로 알려졌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17일 VOA에 “석탄 운반석인 DN5505호에 차량을 비롯한 컨테이너가 실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선주의 불법적인 대북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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