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중심으로 단순화하자"며 공론화 주장...교육부도 자사고 법적 근거 개정 거론하며 박자 맞춰
교육부, '대국민 의견수렴'으로 자사고 폐지 공론화하겠다는 입장...공론화위는 '실패' 전력 있어
"자사고 폐지, 강남 집값이나 세금 부담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국민 압박하는 정책"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진 =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진 = 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부정적 입장을 내면서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발언은 삼가왔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조 교육감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기자회견에서 “현 고교 체계를 일반고 중심으로 단순화하자”며 18쪽에 달하는 ‘일반고 전환 자사고 동반성장 방안 포함 일반고 종합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교육부는 교육청의 운영성과평가만을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법령 개정(자사고 법적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의 의지가 없다면 담대하게 자사고 및 외국어고의 폐지 여부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를 진행하자”고도 했다. 그동안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던 ‘자사고 폐지’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까지 내세운 자사고 폐지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을 삭제하는 등의 법령개정이 필요하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조 교육감은 또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제2의 고교 평준화’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서울 학생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겠다”며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를 포함한 ‘일반고 종합 지원계획’도 있다”고 했다. 이날은 ‘수월성 교육’이라는 말로 표현됐지만, 교육부와 좌파 성향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 대안으로 학력저하 논란이 있는 ‘혁신교육’을 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온 바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전면 폐지를 주장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국민 의견수렴’도 거론했다. 교육부도 이에 우호적이다. “내년 하반기 대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전면 폐지 여부를 포함한 고교 체계 개편 방안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이미 지난해 ‘대입개편 공론화 위원회’에서 문제점이 충분히 드러났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을 교육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편파적인 참여자 구성 등에서다. 당시 공론화위는 ‘정시 확대, 수능 절대평가 유보’라는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내놔, 국내 매체들을 중심으로 ‘공론화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좌파 성향 교육감들과 전교조는 자사고 폐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날 자사고 폐지가 조 교육감의 입으로 공식 전면 선포된 데 따라, 자사고들은 앞으로 진행될 재지정 평가에서 줄줄이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외고와 국제고를 비롯한 18곳의 자사고가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교육부는 자사고뿐 아니라 ‘사학 비리‘도 척결하겠다며 사립대 16곳을 대상으로 한 종합 감사에 나서겠다는 안(案)도 밝힌 바 있다. 이 사립대 감사에도 ‘시민‘이 투입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17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자사고 폐지는 학부모 선택권을 뺏는다는 점 외에도 세금이나 특정지역 집값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국민들을 압박하는 정책”이라며 “이미 우수한 학군이 형성돼 있는 강남권의 집값은 자사고 폐지로 더 오를 것이고, 원래 세금을 거의 지원받지 않는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비학부모 가정의 세금 부담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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