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특히 반도체수출 비중이 압도적인데 일본으로부터 급소 찔려
문제는 일본의 보복이 제조업은 물론 금융분야로도 확대될 조짐 보인다는 것
예견된 일본의 반격에 준비도 없이 무능하게 대처하고 있는 文정권
결단 내려야 하는 한국은 지금 반일친중 좌파들의 전성시대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일본이 드디어 한국의 급소를 찔렀다. 일본의 핵심소재 대한국 수출금지에 대한 한 언론의 표현이다. 일본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 공정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과 에칭가스(불화수소), TV·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절차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그동안 자국의 업체가 이들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한번 포괄적인 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포괄허가'를 부여했다. 이런 우대 조치가 폐지되고, 개별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에 수출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수출금지조치다.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겨냥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인데, 지난 1~5월 총 국내 수입 중 폴리이미드 94%, 포토레지스트는 91%, 에칭가스는 44%를 일본에서 수입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수출국가다. 그 중 반도체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 해 총 수출 6048억 달러 중 반도체는 1267억 달러로 품목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다른 주력 제품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반도체 수출로 수출증가율을 플러스로 유지해 왔다. 그러다 최근 7개월 여 반도체수출이 부진하면서 수출증가율이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의 91%, 에칭가스의 44%를 일본에서 수입해 오고 있는데 일본이 이들 소재의 대한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하니 가히 급소를 찔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재고는 2~3주 분 정도 밖에 없어서 빠르면 이 달말 경부터 공장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칠 전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주요 수출품의 생산을 위해 상당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핵심소재의 대한국수출 금지조치를 점차 확대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 면에서도 580여 억 달러에 달하는 일본금융회사 대한국 대출의 만기연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은 단기외채와 1년 내 만기가 돌아올 장기외채를 합해 1년 내 만기가 돌아올 유동외채가 약 2천 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일본 금융회사들이 만기연장을 하지 않고 이러한 상황이 국제금융시장에 확산될 경우 한국은 걷잡을 수 없는 외화유동성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 우려도 있다. 일본의 대한국 자본시장 투자자금의 회수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국이 외화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일본은 한국에 통화스왑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이 이런 저런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지만 달러를 융통할 수 있는 통화스왑은 한일 한미 통화스왑 뿐인데 현재 이 둘 다 체결되어 있지 않고 최근 일련의 한미 한일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전망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미국이 제공한 300억 달러 통화스왑으로 한국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 추락하고 있는 한국의 실물경제 상황과 외화유동성 상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청일전쟁 중일전쟁을 치르고 지금도 남지나해를 두고 일본과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도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에 이르고 있지만 지난 해 10월 자존심은 일단 뒤로 한 채 리커창을 일본에 보내 300여 억 달러의 중일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중국도 현재 돌아가는 국제금융동향을 예사로 보지 않고 과거보다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과거에 매몰돼 예상되는 경제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일본의 반격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재인정부 들어 전 정부가 어렵게 합의한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을 뮤효화시키고 설상가상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판결에 이어 해당 일본기업의 한국내 재산가압류 조치를 내릴 때 일본의 반격을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결국 한일 간의 역사문제가 통상전쟁으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한일 간의 역사문제는 역사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세력인 좌파운동권세력의 상당수는 과거 1970년대 이후 ‘해방전후사의 인식’ ‘8억 인과의 대화‘ 등 당시 범람하던 반일친중 좌파역사학자들의 역사인식을 접하며 운동을 해 오던 세력들이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으며 우파정부의 친일을 비판하고 심지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문제 삼기도 했었다. ‘8억 인과의 대화‘를 읽으며 중국 문화혁명을 본 따 한국에서도 공장에 위장취업하고 농촌에 내려가는 공활 농활이 유행처럼 대학가를 점령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많은 부분 왜곡되었다고 해서 새로운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출간되기도 했고 ‘8억 인과의 대화‘의 주요 배경인 중국 문화혁명은 중국경제를 피폐화 시키고 수천만 명의 아사자를 내며 참담하게 막을 내렸다. 그 후 중국은 문혁을 철저히 비판하며 문혁 4인방을 처단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 오늘날의 주요 2개국 (G2) 중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처럼 철지난 시대착오적인 좌파 운동권 세력들이 권력의 핵심에서 역사전쟁을 일으키고 있으니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정부의 반일친중 외교정책이 일과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더욱 쟁점화될 폭발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슈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는 이미 지불되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은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웠다. 미국에 이어 일본도 안보상의 이유를 통상전쟁의 배경으로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으로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새로운 통상전쟁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줄기차게 강조해 오고 있는 한미일로 연결되는 동북아안보체제의 균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국은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연결하는 새로운 태평양 전략을 제시하고 한국의 참여를 주장해 오고 있는데 여기에도 한일관계가 중요한 연결고리다. 중국의 부상과 북핵문제를 두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에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제 한국에게 결단의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주요 핵심소재의 대한 수출을 금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한미관계도 미묘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차단 등 강경화 외교장관이 밝힌 이른바 ‘3불’ 정책이 한국의 운신폭을 제약하고 있다.

화웨이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전쟁 기술전쟁에서 미국은 한국기업들에게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중국도 한국기업들도 알아서 대처하라는 식으로 한국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는 속에서 이번에 다시 일본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한국은 국가의 운명을 두고 중요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결단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압박과 일본의 강공 그리고 미국의 의심스러운 눈초리 속에서 언제까지 역사전쟁 이념전쟁이나 해서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국가이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요동치는 동북아정세에 잘 대처해야 다시는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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