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상 초유의 위기로 '비상경영' 돌입...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에 중국과 대만 기업 등으로부터 끝없이 도전받는 상황
미중 갈등에 한일 갈등까지 겹쳐진 전례없는 사태...문재인 정권에 대한 일본의 본격적인 보복조치로 피해 최소화 위해 다각도로 대책 마련 나서
탄핵정국 이후로 계속되는 권력과 사정당국의 검찰 수사...기존 사업은 물론 새로운 사업도 타격 입어
이번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종일 여권으로부터 제기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삼성 떡값' 연루 의혹도 재수사 가능성
내우외환에 사면초가까지 온갖 위기 다 겹쳐진 상황의 삼성전자 둘러싼 우려 계속돼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각종 악재가 겹친 사상 초유의 위기에서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문이다. 5박6일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 부회장은 일본 내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사실을 삼성 임원진들에게 전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들에 대한 대응 마련을 지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상황에서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에 따른 잦은 압수수색과 임직원 구속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여기에 오랫동안 무역보복 조치를 준비해온 일본정부가 단계적으로 수출규제 수위를 높여갈 조짐을 보이자 선제적 대응 마련에 발 빠르게 움직이려는 것이다.

금융계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절반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모두 우려할 정도로 부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인 D램 거래가격은 지표상 지난해 8.19달러에서 지난달 3.31달러로 59.6% 급락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9.2%로 세계1위이지만 제품 다변화 전략으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됐다고 한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업체인 푸젠진화는 한일(韓日)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업체의 전문인력 빼가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업체들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인력들을 영입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사실상 한국과 기술격차가 거의 없으며 일부 대기업들만 1위자리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는 중에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라는 직격탄까지 맞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일본 출장 이후 반도체는 물론이고 가전제품사업까지 일본의 부품공급 중단으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되리란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부품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전체사업부문이 연이은 국가 간 갈등으로 고스란히 유탄을 맞게 될 처지인 것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머지않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수출 규제 품목이 확대되면 삼성전자는 우려한대로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선대로부터 다져진 삼성가의 글로벌 인맥들을 총동원하면서 당장의 급한 불은 끌 가능성이 높지만 미중 갈등과 한일 갈등이 나란히 고조되면서 기존 수출입 경로까지 흔들리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산업자원부에서 거의 평생을 보냈다고 봐도 무방할 역대 최장수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4일 펜 앤드 마이크 ‘펜앤 초대석’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얼마 전 삼성전자에 가서 우리나라 신(新)성장 동력을 얘기했다”며 순서대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를 열거했다.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이 정확하게 일본정부가 폭격할 좌표를 찍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펜앤 초대석'의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펜앤 초대석'의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윤 의원은 바로 “이번에 일본이 수출 금지 조치를 가한 것은 그 3개 품목 가운데 시스템반도체와 관련됐다”면서 “삼성이 이번에 (시스템반도체 외주가공 분야)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술상용에 성공했다. 그렇게 되면 판이 뒤집어질 수 있는데 (일본이) 이번에 3개 품목을 수출 금지했다. 그중에서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확대를 위한 공정에 사용하는 소재인 EUV용 포토 리지스트 금지가 뼈아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소위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 사업으로 제시한 바이오헬스 사업도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바이오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기세를 올리기도 전에 검찰 수사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 임직원 8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한 상태다. 김태한 대표 등 삼성바이오 임직원들은 현재까지도 소환돼 조사 중이다. 또 검찰은 삼성전자 수원본사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등을 19차례나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가 취임하면 검찰이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삼성의 바이오헬스 사업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총수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분식 의혹이 장기화되며 기업 신뢰도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지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일 거론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삼성 떡값' 연루 의혹도 언제든 정치적 입김에 따라 재수사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법무팀 출신으로 내부 고발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새로운 증언을 내놓기만 하면 내사(內査)부터 착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을 둘러싼 정권과 사정당국의 입장에 따라 수사 방향은 광범위하게 넓어질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안팎에서 동시에 밀어닥친 복합적 위기의 장기화 조짐으로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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