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韓日 파국적 경제전쟁: 反日감정의 정치자산화가 빚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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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7.15 09:57:52
  • 최종수정 2019.07.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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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경제적 파행, 철학과 무관치 않아...국가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인식하고 '개인과 자유 그리고 시장' 개념 없어
외교관계도 심각...日에 지나치게 각 세우며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경제갈등 겪어
日 경제갈등, 징용 관련 개인 손해배상청구권 판결과 연관...김명수는 文에 '진퇴양난의 폭탄' 안겨준 것
日, 핵심 3개 품목 수출 관련 정부 승인 받도록 해...文정부서는 감성에 치우친 강경론만 난무
여론전으로 일본 굴복시킬 수 없어...文정부, 그간 반일감정 '정치자산화' 했으나 이제는 철학과 정책 깊이 성찰해야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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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식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경제와 외교 및 안보’를 꼽았다. 출범 3년차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1사분기에는 전(前)분기 대비 마이너스 0.4% 역성장을 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초유의 사태이다.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의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를 밑돈다. 

현상에는 모름지기 그 근저요인(root cause)이 있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적 파행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정치구호는 듣기에는 달콤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사회적 뇌물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국가개입주의와 설계주의’를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국가에 의존하게 하는 것, 국가에의 의존을 타성화(惰性化) 시키는 것’ 만큼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것은 없다. 그리고 국가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만큼 민간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사전(事典)에는 ‘개인과 자유 그리고 시장’이란 개념이 없다. 그 자리를 ‘공동체와 규제 그리고 인위적 통제’가 메꾸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외국기업이 한국에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규제는 거미줄 같고, 법인세는 다락 같이 높고, 노사관계는 노동계에게 기울어져있고,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기업은, 그것이 순수 토종 기업이든 아니면 외자 기업이든 관계없이 ‘사면초가’에 둘러 싸여있다. 

외교관계는 더욱 심각하다. 한미, 한일, 한중, 남북관계 모두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에는 필요 이상으로 굴종적이다. 미국에게는 혈맹관계를 내세웠지만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미국의 신뢰를 잃었다. 남북관계는 뚜렷한 비핵화 진전이 없음에도 평화무드에 취해 모든 것을 다 내주다시피 했다. 미북 간에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했지만 미북 간의 직거래를 원하는 북한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일본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또 지나치리만큼 각을 세웠다. 한일관계가 틀어지면 대한민국의 밥그릇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 긴장 수위를 높였다. 그 결과 두 나라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경제 갈등을 겪고 있다.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한·일간 경제 갈등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되었다. 이렇게 사태가 악화된 이유와 경위를 냉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권은 2015년에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어렵사리 만들어 낸 ‘위안부문제 종결’에 대한 합의를 깼다. 문 정부는 일본이 제공한 합의금 10억엔을 반환함으로써 합의를 파기했다. 그리고 2018. 10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국인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2018년 사법부의 이 같은 판결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입장과도 상치(相馳)하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한·일 협정 문서를 공개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정리한 뒤 강제징용 피해자 각각에게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극구 반발했다. 아베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의 범주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가 들고 나온 것은 ‘한·일청구권협정 2조 1항’이다. 동 조항의 요지는 “한·일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 청구권 역시 소멸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은 사법부 판결이므로’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는 대법원 판결은 “한일기본협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설명 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한국과 한국의 사법부가 다르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사법부 판단이기에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대응은 국제 외교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한일협정의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식민모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피(被)식민국에 대해 경제적 보상을 제공한 국가이다. 1965년 한일협정이 계기가 된 것이다. 일본이 제공한 보상 6억불은 ‘무상 3억불, 유상 2억불, 상업차관 1억불’이었으며, 이는 당시 일본 외환보유고의 50%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자국민과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한 자산의 청구권을 포기했다. 그 일환으로 ‘적산(敵産)가옥’으로 불렸던 일본인 소유의 가옥은 한국인에 불하됐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여타 식민모국들은 피식민국에 투자한 자산을 강탈당하지 않았으며, 정당한 투자자산으로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일본은 한국에 나름대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이 그렇게 한 데에는 미국의 압력이 절대적이었지만, 한편으론 “전후복구를 위해서는 철두철미하게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일본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일협정 당시 공개된 김종필·오히라 메모를 보면 일본은 한국에 지급하는 돈의 명목을 ‘독립축하금’으로 하려 했고, 우리는 ‘청구권자금’으로 주장했다. 한국의 요구대로 ‘청구권자금’이란 용어가 수용됐다. 한국에는 마땅한 ‘청구의 개념’으로, 일본에게는 “더 이상 다른 형태로 일제강점에 따른 각종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안전장치로 인식됐다.   

진퇴양난의 딜레마 그리고 ‘재판거래’ 낙인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좁혀진다. 청와대는 진퇴양난의 딜레마 상황에 놓여있다. 청와대가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 일본 정부와 협의는 불가능하다. 한일 청구권협정 2조 1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청와대가 ‘청구권이 없다’고 하면 스스로 대법원의 판결을 부인하는 것이다. 보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줄곧 밀어붙인 ‘친일 프레임’을 스스로 깨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퇴양난의 폭탄’을 안겨준 것이다. 

문제가 더 꼬인 것은 문재인 정부가 양승태 전(前)대법원장을 ‘재판거래’ 죄목으로 사법처리한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한·일 관계를 안정화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도를 간파하고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 최종심 선고를 지연시켰고, 그 대가로 외교부가 해외 파견 법관 수를 늘렸다는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로 낙인찍혔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양승태 전대법원장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원고 승소 그대로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발 할 것”이라는 의견을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말한 것을,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해석했다. 결국 양승태 전대법원장은 구속됐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원고승소판결을 내리고 외교적 타결을 위해 시간을 벌어준 양승태 전대법원장을 재판거래로 낙인찍어 사법처리 했으니, 쾌도난마를 휘두른 문재인 정부가 뒷수습을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결 8개월 후 일본의 반격

일본은 3차에 걸쳐 우리 정부에 한일협정 규정에 따라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문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2018년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담 직전 징용배상판결 기금을 양국 기업들이 반반씩 부담하여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은 단호히 거절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3종류’의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지난 7월 1일 밝혔다. 다음날 2일 아베 일본 총리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며, 수출 규제에 대해 “한국이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대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4일부터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일본 업체가 한국 기업에 자유롭게 수출했지만 4일부터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럴 개연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승인불허 형식을 취하면 한국으로의 수출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다. 규제 3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감광액),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이다. 반도체 소재 3종은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고 국산화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한국의 급소’라고 할 만한 품목들이다. 

한국 정부는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WTO 제소를 비롯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강경화 장관은 2일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일본의 명백한 경제 보복으로 상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는 자기 존재감을 들어내기 위한 방어적 언사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일종의 ‘내용 없는 큰 소리’(cheap talk)인 것이다.

WTO 제소는 실효적인 조치가 될 수 없다. 일본이 통상 분야에서 한국만 차별한 게 아니라 한국을 ‘우대 지위에서 배제하는 형식’(white list 배제)을 취했기 때문이다. 형식상 ‘합법적’이지만 불공정한 결정으로 한국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 WTO에 ‘비위반 제소(non-violation complaint)’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2~3년 걸리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한일관계가 악화되어 확전될 경우 일본의 금융압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4대 주요 은행(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야마구치)들이 올 3월말 기준으로 국내 기업들에 빌려준 자금 규모가 총 18.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빌린 돈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또한 5월말 현재 주식·채권 시장에도 12.4조원 넘는 일본계 자금이 들어와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금융회사나 기업들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일본과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악의 한일관계 속 감성에 치우친 강경론만 난무

한일관계는 최악을 치닫는 데, 감성에 치우친 강경론만 난무하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는 부류들의 일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한국 내에는 분명히 일본을 평균이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부류가 있어 보입니다. 이런 부류가 한국사회 내 힘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 하구요”라고 썼다. “사법농단을 탓하기 전 외교적 거래를 두둔한 부류,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위안부합의를 강행했던 사람들, 5억불로 일제 36년을 퉁치려 했던 사람들의 일관성입니다”라고도 적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도 “이 정도 경제 침략 상황이면 의병(義兵)을 일으켜야 할 일이다. 정치인들이 주판알만 튕길 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들의 의식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면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일본을 비판하는 데 동참하지 않으면 ‘토착 왜구’가 된다. 그리고 지금은 ‘의병 운동’을 해야 할 때이다. 그들의 지력은 그 수준이다.   

2016년 여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설치에 대해 중국 측의 경제보복이 벌어졌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중국의 경제보복을 탓하기 전에 중국 측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며 “김영호·박정·신동근·소병훈·김병욱·손혜원 의원” 등 6명이 중국으로 갔다. 동맹국인 미국 측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국익의 관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일축했다. 그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면 ‘경제보복을 하는 일본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일본을 방문할 것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중국은 가고 일본을 가지 않는다면, 더불어 민주당은 ‘중국을 평균 이상으로 숭상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정당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방문 공식연설에서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이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 중국몽(夢)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자기를 낮추는 것이 외교가 아니다. 그리고 중국몽이 왜 전 인류의 꿈인가. 상대국의 동의를 구했나를 묻고 싶다. 

에필로그  

일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은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벌어진 일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면 이는 용서할 수 없다. 반일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지지도 회복을 위한 정치수단으로 이용해 벌어진 일을 해결하는 데 반일 감정을 동원한다면 절망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토착왜구’란 말까지 나오고 시민단체와 네티즌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외치고 있다. 

국가의 자존심과 품격은 힘에서 나온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5조700억 달러이며 대한민국의 1조6550억 달러와 비교해 3배 이상 많다. GDP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고령화에의 속도경쟁을 벌이는 우리와 일본에서 일본 노인은 가난하지 않지만 우리는 가난하다. 한국의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Intel Inside’는 인텔사의 불후의 마케팅 명작이다. 인텔의 칩이 없으면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쪽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Japan inside’라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 없이는 스마트폰 자동차 정밀화학 등 국내 산업이 안 돌아간다. 병원의 초음파 CT 등은 일본산이 태반이고, 방송도 일본 장비 없이는 촬영·송출이 어렵다. 그동안 왜 국산화를 안 했느냐고 정치권은 질타했다. 모든 나라가 100% 국산화를 꾀하면 세계 무역은 사라진다. 여론전으로 일본을 굴복시킬 수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금수조치에 대해 왜 침묵하는가. 아베로부터 사전 언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과 ‘우리 민족끼리’를 고집할수록 한국은 점점 고립돼 가고 있다. 좌파들은 아베를 트럼프의 ‘푸들’이라고 조롱한다. 이런 조롱은 국제관계에서는 다 반사다. 영국 수상은 늘 미국의 대통령의 ‘푸들’이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크랜드 전쟁에서 미디어는 대처를 레이건의 ‘푸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처는 레이건의 협조로 포크랜드 전쟁에서 승리했다. 패권을 쥔 국가와의 동맹을 약화시키고 패권국에 등 돌린 나라가 국제 질서의 주류 진영에 합류할 수는 없다. 그만큼 국익과 국제질서는 냉엄하다. 

안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반일 부추기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려 했다면 이는 미래를 착취한 것이다. 그리고 국내 시각으로, 일반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이용해 외교 현안을 해결하려 했다면, 이는 ‘외교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한 윈스턴 처칠의 말을 곱씹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과 적대감, 그리고 반일감정’을 정치 지지도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정치자산’화 했다. 그러니 아젠더(agenda) 설정이 정치적이고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경영이 쉬울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견지해 온 철학과 사고 그리고 정책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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