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장, 사건 발생하고 7일 뒤 김중로 의원 통화에 "모른다"...통화 내용 공개되자 "5일 보고 받았다" 말 바꿔
알고도 모른다 했으면 사건 은폐하려 한 것...모르고 있었다면 軍 보고체계 붕괴됐다는 것

박한기 합참의장./연합뉴스
박한기 합참의장./연합뉴스

박한기 합참의장이 지난 4일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발생한 거동수상자 침임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12일 밝혀졌다. 박 의장은 군의 작전을 지휘 통제하는 최고 군령권자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거동수상자 침입 사건을 제보받고, 11일 박 의장에게 전화로 관련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질의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김 의원한테 “처음 듣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12일 공개한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박 의장은 김 의원에게 “2함대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며 되묻기까지 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통화 당시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지난 4일 사건이 발생하고 합참 작전본부장이 다음날 박 의장에게 보고했다. 헌병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함대 지휘통제실의 당직사령(영관급 장교)이 무고한 병사에게 가짜로 자수하라고 종용해 사건을 덮으려던 범죄사실도 발각됐다.

그런데 사건을 보고받고 일주일이 된 시점에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국회의원에게 박 의원은 “처음 듣는 말씀”이라고 한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이자 예비역 장성 출신으로 박 의장의 군 선배다.

김 의원은 박 의장과의 통화 녹음 파일을 11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합참은 오후 6시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박한기 합참의장은 5일 오전 작전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알려왔다. 합참은 "박 의장은 김 의원과 전화 통화 당시 기억나지 않아서 보고를 못 받았다고 한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박 의장이 일주일 전 사건을 기억 못 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해명 과정에 의심스러운 구석도 있다.

지난 달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북한 목선이 자력 입항한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도 채 못 된 시점이다. 당시 군은 경계작전에 실패하고 사태를 은폐·조작하려던 정황을 들켜, 육군 8군단장이 보직해임되고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 등이 징계회부됐다. 박 의장은 그 일로 엄중 경고 징계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 박 의장은 김 의원에 2함대 사건이 기억나지 않아 “보고를 못 받았다”면서, 김 의원이 녹음 파일을 공개하자 실은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박 의장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거나, 군의 보고체계가 붕괴됐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든 변명이 안 된다.

실제로 예비역 장성들과 군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 의장이 부하들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지 못해도 문제고, 이미 보고받아 알고 있었으면서 국회의원에게 거짓말했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비역 장성은 “잇따른 경계작전 실패로 병사들 기강해이 문제가 제기되지만, 진짜 문제는 장성들에 있다”라면서 “위에서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지지 않고 그냥 넘어가니 자연히 아래서도 기강해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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