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내가 중재(mediate)할 계획은 없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지금은 미국이 한·일 관계에 개입할 때가 아니다”
일본, 시간이 급한 쪽은 한국이라 판단해 여유 갖고 차분하게 대응 나서는 듯...미국도 당장 중재 의사 없는만큼 韓·日 갈등 장기화 될 가능성 커
13일 청와대, 일본의 무역보복조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 계산해 대비책 세우느라 분주...文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의 열두 척 배' 언급

동아시아 4개국 순방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출처: 연합뉴스)
동아시아 4개국 순방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출처: 연합뉴스)

미국이 한·일 갈등 상황에서 당장 중재에 나설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대미(對美)외교에 총력을 기울여 일본 측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문재인 정부와 한국 언론들의 섣부른 낙관적 기대와는 다소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2일 NHK 방송 인터뷰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내가 중재(mediate)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동아시아 4개국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14일까지 일본에 머무른 뒤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찾는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지금은 미국이 한·일 관계에 개입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당사국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게 우선이지 미국의 중재가 앞서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가 시도한 한··일 3국의 고위급 협의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면담 후 “한··일 3국의 고위급 협의가 열릴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 측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계 인사들은 일본이 문재인 정부의 떠들썩한 대미 여론전과 달리 물밑에서 조용히 일본 측 입장을 미국에 관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일단 미국이 한국 측 기대와 달리 발 빠르게 중재에 나서지 않는다면 당장 하루가 급한 쪽은 한국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차분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일본은 한국을 철저히 냉대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처음 열린 실무자 간 만남도 한국 측은 ‘협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일본 측은 ‘설명’하는 자리로만 국한시켰다. 이날 만남은 창고로 쓰이는 듯 한 텅 빈 사무실에 파손된 기자재만 놓고서 양국 인사들이 서로 인사도 없이 앉아 평행선만 달린 채 끝났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남 미래경제 비전 보고회 참석을 위해 전남 무안을 찾은 자리에서 "전남의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세간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언급한 것이 반일 감정을 내세워 국내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는 장면

13일 청와대는 일본 측의 무역보복 조치가 단계별로 진행되고 장기화까지 될 경우 입게 될 경제적 피해 등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웰 차관보는 16일 방한해 17일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다. 다음 주 우리 정부의 고위급 실무 담당자들이 워싱턴을 줄지어 찾기로 예정돼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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