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의원, “日도 北에 전략물자 밀수출했다”
유엔 대북제재는 2006년부터 시작...日이 北에 전략물자 밀수출한 사례 1996년부터 2003년까지에 불과해
사실상 국제법 위반하지 않은 셈
밀수출 품목도 대체로 의료품·식료품·의류품·일용품 등으로 확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사실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하태경 의원이 11일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펜 앤드 마이크 취재 결과 일본 기업이 북한에 전략물자를 밀수출한 사례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에 불과해 사실상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11일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사실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최근 일본 일각에서 한국 정부 자료를 인용하면서 '한국이 전략물자인 불화수소를 북한에 밀수출했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일본 자료에서는 오히려 '일본이 북한에 불화수소를 밀수출하다가 적발됐다'고 보고해 파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하 의원이 소개한 CISTEC의 '부정수출사건개요' 자료를 보면, 일본에선 1996년부터 2003년까지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적발됐으며, 이 중 핵 개발이나 생화학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사례로 1996년 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나트륨 50kg을, 2월에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수소산 50kg을 각각 선적했다. 또 2003년 4월 직류안정화전원 3대가 경제산업상과 세관장 허가 없이 태국을 거쳐 북한으로 불법 수출됐으며, 2004년 11월에는 주파수변환기 1대가 화물 항공편을 통해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넘어갔다.

2002년 9월 동결건조기 1대, 2001년 10월과 11월 3차원 측정기 2대가 일본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됐다.

하지만 유엔안전보장위원회는 2006년부터 대북제재를 본격 시행했다. 당시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은 회원국들에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의 소재 및 부품이 될 수 있는 전략물자 밀수출을 제한했다. 따라서 해외에서 북한으로 수출할 수 없는 상품들은 무기 그리고 핵 생산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하 의원은 일본이 전략물자를 밀수출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사례를 자세히 따지면 모두 2006년 이전에 발생했다. 사실상 일본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근거가 못 된다.

또한, 하 의원은 일본이 2008년 1월 대형 탱크로리를 북한으로 수출했다고 말하며 대북제재 이후의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탱크로리는 액체운반용 트럭을 일본에서 부르는 말로, 이 물품은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것과는 큰 접점이 없다.

유엔은 2016년과 2017년 들어 북한이 연이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기존의 제재와 더불어 경제까지 제재하고 나섰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적을 놓고 제재의 범위를 북한 경제까지 확장한 것이다. 펜 앤드 마이크가 하 의원이 근거로 삼은 '부정수출사건개요' 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가장 최근 일본이 북한에 밀수출한 사례는 2014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세이료 상사에서 주방용품(173점, 5540만 원 상당) 및 일용품 등(7,558점, 6460만 원 상당)을 경제산업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싱가포르를 거쳐 북한에 수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례도 유엔이 대북 경제제재를 시행한 2017년과는 무관하다.

그 외에도 일본이 1966년부터 2014년까지 북한에 밀수출한 품목은 대체로 의료품·식료품·의류품·일용품 등으로 확인됐다.

하 의원은 이날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계속 억지 주장을 펼치면 오히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정확한 사례를 근거로 되려 한 의원이 억지 주장을 펼친 사실이 입증되면서, 오래된 반일정서를 자극해 국민을 선동하려던 정황이 밝혀졌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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