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르무즈해협 연합군 구성에 한국과 일본 참여 요청...일본은 긍정적, 한국은 구체화한 것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지원할 국가에 일본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방위금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의도로 읽히지만, 한국과 협의 없이 이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이날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다이제스트’에는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 적시돼 있다. 매년 발행되는 이 보고서에 ‘일본 협력’ 문구가 담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반도에서 유엔사 역할을 확대하려고 해왔다”며 “7개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 제공국’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유엔사에 독일군 연락장교 파견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아안보회의 한·독 실무협의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한국 측의 반대로 중단했다. 현재 유엔사는 한·미를 포함해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1950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재참전을 결의한 국가들로, 일본과 독일은 빠져 있다.

미국이 일본 자위대와 전력을 공유한다는 방침은 상당한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유엔기를 달고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노리는 자위대 재무장 및 수정헌법 개정에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한 점도 논란거리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유사시 일본의 전력 제공국 참여는 공식 논의된 바 없으며, 일본은 유엔사 참전국이 아니므로 유엔사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란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상 호위를 위한 연합군 구성에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최근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 해역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연합체 구성을 추진해왔다.

외교부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으로부터 중동 지역에서 항행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연합군 참여에 대해 제안을 받았느냐'는 물음에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고 항행의 자유 그리고 자유로운 교역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이 입장과 관련해 (정부는) 미 측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경로를 통한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그런 구상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면 한국도 당연히 그 구상에 대해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어떻게, 무엇을 이런 식으로 구체화된 것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관련 협의가 진행 중임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일본에도 중동 해역 연합군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을 항행하는 민간 선박들을 보호하는 ‘연합군 결성’을 위해 일본 정부에 협력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위대 파병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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