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칼럼] 미국이냐 중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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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2.07 09:32:34
  • 최종수정 2018.02.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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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사이의 줄타기 발상으로는 패권경쟁에서 직격탄 맞을 가능성 있어
-美, 에너지 붐 시대 도래...여전히 세계 최고의 패권국
-한국이 美中 사이에서 균형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법적 도덕적으로 망발
-중국 북한에 굽실거리는 한국 정치인들,국제정치학 공부나 했나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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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30여년 이상 년 평균 10% 라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결과 2010년에는 일본을 앞서 GDP 상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GDP 가 세계 2위에 오르는 기간 동안 중국의 국방비 역시 급속한 비율로 늘어났다. 1990년대 초반 이후 현재에 이르는 기간 군사비 증가비율은 연평균 16%로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것이었다. 경제가 성장하는 날의 경우 군사비도 성장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의 경우 최근 20년 군사비 증가폭이 경제성장의 거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빨랐다는 사실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중국의 부상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요한 이유다.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의 전 지구적 군사력에 근접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는 아직 멀었지만 적어도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적어도 동아시아 및 남아시아의 이웃 국가들을 위압하기에 충분한 현대식 군사력, 특히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경제발전을 지속하는 한, 중국과 미국은 당장은 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의 패권을 놓고 한바탕 자웅을 겨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입이 가벼운 평론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의 시대는 끝나고 중국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말을 시작했다. 중국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훨씬 높으니 앞으로 언젠가 중국의 GDP는 미국을 앞서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세계의 패권은 중국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의 국력 변동에 관한 주제는 특히 국제정치 현상의 변화에 예민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될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의 경제적 번영은 물론 생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엄중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국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에 대해 둔감한 편일 뿐 만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의 진행 양상에 대해서도 예민한 편이 아니다.

더 나아가 한국 사람들은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 운운하며 미중 패권 경쟁의 와중에서 두 나라 모두로부터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천진난만한 발상을 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중국을 정당한 게임을 벌이는 나라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중국을 경제적인 측면에선 물론 군사적으로도 처벌한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중국 경제에 더욱 크게 의존하고자 할 경우 우리는 미국의 대 중국 경제제재 조치를 직격탄으로 맞을 가능성조차 있다. 중국은 한국과 경쟁자의 처지에 있다. 중국이 한국의 물건을 미국보다 더 많이 수입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중국이 우리의 부속품을 사다가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무역 구조 때문이다. 수년전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주한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강연 중 한국인 청중들을 향해 한국이 중국에 100을 수출하고 미국에는 40을 수출하지만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100 중 종점이 미국인 액수는 70-80에 이른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되묻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났어도 기본적인 무역 구조가 대폭 변한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한국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다투면 우리는 ‘균형자’역할을 담당하면 될 것이라는 국제정치학적인 무지(無知)를 말하기도 했다. 균형자는 강대국의 외교 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지 약소국들이 흉내 내 보라고 만든 이론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이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법적 도덕적으로 망발(妄發)이다. 한국은 미국과 전쟁이 나면 함께 싸우기로 약속한 동맹 관계에 있는 나라다. 즉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서 틈에 끼인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편에 있는 나라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폐기하기 이전에는 우리는 중간에 끼어 있다는 말을 하면 안된다. 동맹을 유지한 채 이런 말을 해 대고 있으니 미국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한 채 중국과도 잘 지내겠다는 한국이 정말 얄미울지 모른다. 그러니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이 끝나면 한국을 손보겠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해 대고 있는 것 아닌가?

한국의 힘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립적인 입장을 지킬 수 있을 수준이 되지 않는 한 우리는 미중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두 나라의 경쟁은 본질적으로 ‘적대적’ 일 수 밖에 없으며 한국은 우리보다 힘이 센 두 나라의 싸움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처지에 있지 못하다. 우리는 어느 편인가 한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장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이겠지만 앞으로 미중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차세대 패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믿고 그러니까 중국과 잘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정말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미국을 제체고 세계의 패권국이 될 것이 확실하다면 중국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말은 타당하다. 그런데 정말로 중국이 차세대의 세계 패권국이 될 것인가? 1990년대 말엽 이후부터 2010년 이전 까지 약 10여 년 동안 국제정치학 최대의 화두(話頭)는 “중국의 부상”(Rise of China) 이었음은 확실하다. 2000년대 초반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인 것은 잘나가는 중국, 비틀거리는 미국이었음이 분명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2008년 미국의 월가 붕괴는 그 같은 이론을 증명해 주는 사건으로 간주되었다. 아무리 늦어도 2016년에는 중국의 GDP가 미국의 GDP를 앞설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2016년의 GDP는 미국이 대략 18조 6,000억 달러 중국이 11조 2,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미국의 인구는 3억 2000만, 중국의 인구는 14억, 개인소득은 미국의 경우 59,745달러, 중국은 8,582달러였다. 중국의 일인당 소득은 지구 전체 평균인 10,038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세계의 패권을 넘보는 나라의 일인당 국민 소득이 세계 평균에도 미달되는 사례는 국제정치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국제정치의 최대 화두가 ‘중국의 부상’ 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미국의 유명 외교 잡지인 외교정책(Foreign Policy) 지 2012년 1-2월호 사설은 지난 10여 년 간 국제정치의 최대 화두가 ‘중국의 부상’ 이었지만 향후 국제정치 최대 화두는 ‘미국의 에너지 붐’(American Energy Boom) 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에너지 붐은 미국을 다시 막강한 패권국이 되게 하고 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량이 증대되기 시작한 셰일 석유와 가스는 미국을 50여 년 만에 석유생산 1위, 가스 생산 1위의 나라가 되게 하였다. 미국은 현재 채굴해서 쓸 수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총량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중국과 석유생산국기구(OPEC) 소속 국가들의 석유와 가스 총량보다 더 많을 지경이다. 조지프 나이처럼 과장을 하지 않는 학자조차 미국은 앞으로 200년 쓸 석유와 100년 쓸 가스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록키산맥을 끼고 있는 와이오밍, 콜로라도, 유타등 3개주에 매장되어 있는 셰일의 예상 매장량은 최대 2조 배럴로 알려졌는데 이는 미국의 현재 소비량 기준 300년 사용 가능한 양이다.

석유 한 방울은 피 한 방울이라는 말이 잇듯이 현대문명은 석유문명이며 석유를 확보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는 국력을 비교할 수조차 없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석유가 부족 했기 때문에 지난 40년 동안 중동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대통령 사상 가장 소심한 대통령중 하나인 카터 대통령은 만약 어떤 나라가 중동의 석유를 장악하려고 시도하는 경우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군사력으로 개입할 것을 천명했다. 소위 카터 독트린이라는 이 정책은 지난 40년 미국 국가안보정책의 기초가 되었다.

석유문제로부터 해방된 미국에서는 앞으로 중국과의 패권 경쟁은 없을 것이라는 극도의 낙관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국력을 계산하기 위한 수많은 변수들이 많이 있지만 매스터 에너지(Master Energy)인 석유를 스스로 횡재(橫財)했다고 말할 정도로 풍족하게 확보한 미국은 어떻게 계산해 보아도 21세기 내내 세계 패권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확고부동한 위치에 오르고 있다. 세계는 지금 미국의 에너지 붐 시대를 살고 있는 중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국의 부상’ 시대에 뒤쳐져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미국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 미국이 향후 수세대동안 세계의 패권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한국의 영토를 탐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미국만이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중국, 일본과 같은 지정학적, 권력 정치적 반감(反感)이 없는 유일한 강대국이라는 사실 역시 한국이 미국과 오랫동안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20년 전 조선 왕조는 세계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러시아와 잘 지내겠다고 노력했다. 당시 세계 최강인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의 세력이 아시아로 뻗어 나오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조선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것을 본 영국과 미국은 차라리 일본이 한국을 차지하는 편이 더 나으리라고 생각했다. 영국제 군함을 지원받은 일본은 러시아를 격파하고 한국을 병탄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다. 이처럼 우울한 역사가 다시 반복될 수는 없다. 지금 중국은 당시 러시아보다 오히려 더 큰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다. 그리고 조선왕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지금 좋은 동맹국인 미국의 분노까지 야기하면서 세계가 우려하는 중국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국제정치의 의해 운명이 좌우 되어온 나라다. 지금 세계 10위권의 작지 않은 나라가 된 한국이 중국에게 굽실거리고 또한 요즘 보이듯 북한에게도 굽실거리는 것을 보면 한국의 정치가들은 정말 국제정치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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