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 입원까지 하며 국토교통위원장직 사수하려 지도부와 맞서...당 지도부-당사자들(의원) 간의 ‘신사협정’ 깨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사퇴론 대두...비박계 반발
황영철, “예결위원장에 측근을 맡기기 위해 당이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국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현재 집안싸움으로 당내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다. 

11일 한국당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박순자 의원은 위원장직 사퇴를 거부하며 당 지도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국당은 박 의원의 행동이 "명백한 해당 행위"이고, 윤리위에서 징계하겠다고 박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박 의원은 병원 입원까지 하며 당 지도부와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0일 "위원장직에서 강제로 내려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이 부분은 명백하게 당 기강에 대한 문제다. 당에 유해한 행위여서 당헌·당규에 따라 윤리위 징계 절차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당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해당(害黨)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작년 김성태 전 원내대표 ‘교통정리’로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국토위원장직을 각각 1년씩 맡기로 정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국회 관례상 3선 의원이 맡고, 여야가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한다. 한국당은 배분받은 상임위원장 자리보다 상임위원장 후보 의원 수가 많아서 대안으로 이런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상임위원장 교체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남은 위원장 임기를 이어받기로 한 홍 의원은 이미 한국당 몫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애초부터 상임위원장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당 지도부-당사자들(의원) 간의 ‘신사협정’이 깨진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세연 의원을 둘러싼 분쟁도 ‘점입가경’이다. 여의도연구원은 한국당 소속으로 내년 총선 정책개발 및 여론조사를 담당할 당 싱크탱크다. 비박계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세연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위원장직에 올랐다. 제20대 국회 하반기 2년 중 이명수 한국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 보건복지위원장이다. 

당 요직인 여의도연구원장과 보건복지위원장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에 무리가 있으니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당 일각에선 이를 두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김세연 교체론'이 제기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당은 '여의도연구원장 교체 시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박계는 반발하고 있다. 만약 김세연 의원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거세지면 당 지도부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앞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경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당 지도부를 맹비난 했다. 황 의원은 "1년 전 원 구성 당시 조율과 논의를 통해 의총에서 추인받았던 사안인데, 그럼에도 지금 나경원 원내대표는 예결위원장에 측근을 맡기기 위해 당이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차광명 기자 ckm181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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