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장관, 北 목선 사태 부실 브리핑에 관여 인정...청와대 연관 가능성도 시사
정경두 국방장관, 北 목선 사태 부실 브리핑에 관여 인정...청와대 연관 가능성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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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과 박 합참 지난달 17일 언론대응지침 승인...청와대도 진상 파악하고도 묵인
나경원, 정경두 장관 사퇴 촉구...北 목선 사태 은폐는 청와대 수뇌부까지 관련돼 있어 반드시 국정조사할 것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발생한 북한 목선 사태를 부실 브리핑하는 데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관여했음을 인정했다. 사건 당일 해경으로부터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발견 장소를 ‘삼척항 인근’으로 내용을 흐린 데다 경계작전상 실패가 없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9일 대정부질문에서 정 장관은 지난달 17일 청와대와 조율해 브리핑 내용을 정했다고 밝혀 사실상 청와대까지 연관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국정조사를 펼쳐 북한 목선 사태와 관련한 모든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앞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목선이) 민간인에 신고됐기 때문에 가능하면 언론에 좀 빨리 알렸으면 좋겠다 하고 청와대 안보실에 우리 뜻을 전했다”며 “안보실에서는 이게 귀순 상황과 연결되다 보니 대북 안보 매뉴얼을 적용하는 게 좋겠다고 해 이런 식으로 상황 대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7일 북한 목선 관련 군 당국의 첫번째 언론 브리핑 직전 작성된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의 자필 PG(언론대응지침). 해당 PG에는 북한 목선의 입항 은폐·축소 논란의 핵심인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적혀있다. 이 PG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도 봤다. 사실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삼척항 인근'이라는 언론 발표를 사전에 승인한 셈이다./국방위

정 장관과 박 의장 등 군 수뇌부는 북한 목선이 발견된 6월 15일 이미 해경의 초동 수사 보고를 통해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틀 후인 17일 언론대응지침(PG)을 정 장관과 박 의장이 허락하고 발표한 것은 두 사람이 북한 목선의 발견 장소를 ‘삼척항 인근’으로 흐린 당사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경계실패는 없었다”는 발표 내용도 사전에 사실상 용인했음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박 의장은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에서 “17일 최초로 발표한 브리핑 내용은 합참 공보실장이 자필로 적어 가지고 와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하고 승인을 요청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17일 자리에 정경두 장관도 옆에서 같이 봤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이에 정 장관은 “결재를 해서 공식적으로 PG나 이런 것들을 낸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국방위 의원들이 “발표가 됐다면 사실상 결재된 거나 다름없지 않느냐”고 계속 추궁하자 박 의장은 “제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라며 자기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도 군의 부실 브리핑 논란에 무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지난달 15일 북한 소형 목선에 대한 보고를 언제 받았는가”라는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그날 오전 10시 조금 못 된 시간 출근한 뒤”라고 답했다. 당시 해경은 7시 9분 팩스로 초동수사 보고 1보를 총리실에 보낸 상태였다.

따라서 청와대 또한 북한 목선이 자력으로 삼척항에 입항한 사실을 알고 PG내용을 승인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따라 부실 브리핑이 17일 발표된 데 군과 청와대 사이의 공조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국정조사를 펼쳐 북한 목선 사태와 관련한 모든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대표는 “17일 군이 발표한 언론대응지침이 정 장관과 박 의장의 보고용일 뿐 아니라, 청와대의 승인을 받은 문건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군 수뇌부를 넘어서 정권 수뇌부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라며 “국방부, 국정원, 통일부 모두 조사해서 조직적 은폐·축소 정황은 물론이고 수상한 탈북·북송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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