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 간부 질책이 정 일병 투신사망에 영향을 끼쳤는지 조사계획
'北 목선 경계실패 관련성도 배제 못 해

지난 8일 밤 한강에 투신해 사망한 육군 23사단 소속 정모 일병(22)의 휴대전화에 ‘군 생활이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엔 “군 생활이 힘들고, 스스로 이기적이고 나약하며 게으르고 남에게 피해만 줬다”는 자책이 쓰여 있었다. 정 일병은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한 지난달 15일 오후에 인근 해상 경계를 맡고 있었다.

1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 일병의 휴대전화 유서에 목선 입항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정 일병 사망사고를 조사하던 중, 같은 부대 소속 간부가 정 일병에게 업무능력 미숙으로 질책한 사실이 밝혀졌다.

군 관계자는“유서엔 폭행이나 부조리, 가혹행위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면서도 “23사단 상급부대 8군단 소속 헌병이 정 일병 사망사고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부대 간부가 정 일병을 질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일병이 속한 부대는 지난 4월부터 소초에 투입됐다. 그때부터 해당 간부는 정 일병에게 업무 관련해 계속 질책했다고 한다. 다른 군 관계자는 간부가 정 일병에게 폭언·욕설을 일삼았음을 인정했다.

군 당국은 “간부의 질책이 목선 사태가 일어난 15일 전후에도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질책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목선 사건 이후로도 경계 실패와 관련해 질책이 이어졌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면서 “정 일병의 자살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일병은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귀순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15일 근무조였다. 다만, 정 일병의 근무 시간은 오후 2~10시로 최초 상황이 발생한 오전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를 근거로 정 일병이 경계 실패의 책임 대상자가 아니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합동조사단 조사(6월 24일) 당시에는 정 일병을 휴가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일병의 유족들은 "부대 사람들이 징계를 받고 조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조직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해 발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목선 사건의 여파로 어수선하고 혼란한 부대 분위기가 정 일병의 투신에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일부 유족은 “군이 우리더러 언론 접촉을 자제해 달라더니 유족에게 말도 없이 언론에 발표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정 일병은 지난 1일부터 9일까지의 정기 휴가를 보내던 8일 한강 원효대교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각에선 ‘경찰이 확보한 유서와 유품을 군이 은폐를 위해 압수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군과 유족 측 모두 ‘유족 동의하에 군이 가져갔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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