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 정치사회부 기자
PenN 이슬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약 3개월만에 만들어낸 새로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는 ‘자유’와 정부수립‧건국 시점인 ‘1948년’이 삭제되고, ‘6‧25 남침’이라는 침략주체가 생략됐다.

이런 ‘제멋대로’ 집필기준을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가. 교육부는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든 연구진의 명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연구가 끝나기 전에 이들의 명단이 발표되면 외부의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3차 공청회는 평가원이 진행한 1‧2차 공청회와 달리 교육부 주관 하에 열렸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집필시안’은 평가원 연구진의 안(案)이지 교육부가 내놓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집필기준은 근현대사 역사서술뿐 아니라 형식도 크게 달라졌다. 평가원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새로 쓰다시피했다. 평가원이 연구를 수탁한 교육부의 재가도 없이 진행했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오히려 문 대통령의 ‘역사관’이 교육부를 통해 새 역사교과서에 반영됐을 거라는 의심이 합리적이다. 문 대통령이 가열차게 ‘1919년 건국설’을 주장해왔고, 평가원 수장이 문 정부 출범 이후 교체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국민이 주인인 나라.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적어 공식적으로 ‘1919년 건국’을 밀어붙였다. 문 정부는 올해부터 '3·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새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 건국 혹은 정부 수립 시점인 1948년도 삭제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해 10월 새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전임 김영수 원장은 임기를 남긴 채 사직했다. 새로 임명된 성기선 원장은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 출신으로, 과거 김상곤 사회부총리와 함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문제는 대통령은 5년 단임 통치자일뿐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설사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확고한 역사관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통치의 힘을 빌려 학계의 이설을 단정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마련한 국정교과서는 바로 그런 논란 끝에 폐기됐다. 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는 다르게 '제멋대로 역사를 새로 쓸 권한'이라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나.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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