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없었던 尹청문회, 자정 넘어 한 언론에서 이남석 관련 녹취파일 공개하자 상황 '급반전'
순간 표정 일그러진 尹, 野의원들 공격에 '해명'일 수도 있고 '변명'일 수도 있는 답변
"저런 말을 당시에 했을 수도 있다는 것 인정...다른 건 몰라도 변호사 '선임'해준 건 없어"
與김종민, 청문회 본질 벗어난 황교안 한국당 대표 예전 사건 언급하며 尹보호하려 애써
공정한 진행 위해 노력한 여상규 위원장에게 "공정하게 진행하라"며 일종의 억지도 부려
여론은 '싸늘'..."좌파들의 정의로운 척-고고한 척 위선적인 이중성, 너무 역겹고 더러워"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잘못을 똑바로 인정하지 않고 '적반하장' 식의 태도로 일관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뻔뻔함'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여당 청문 위원들 역시 시종일관 윤석열 후보자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청문회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윤 후보자는 8일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 내내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송곳' 질문에도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정을 지나 청문회 차수를 변경한 후 상황은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한 언론에서 '윤 후보자가 2012년 검사 출신 변호사를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직접 소개해줬다'는 내용이 담긴 육성 녹취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해당 파일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문회장 현장에서 재생했다.
녹취파일의 내용 중 일부는 충격적이었다. "윤우진씨가 어디 병원에 이틀인가 삼일인가 입원을 해 있었어요. 그래서 갔더니 ‘얘들(경찰)이 자기를 노린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아무래도 조만간에 경찰에 한번 가야할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럼 진작에 얘기를 하지. 그리고 변호사가 일단 필요할 테니까…’ 라고 했고, 윤우진 씨는 ‘경찰 수사가 좀 너무 과하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그런데 아마 그게 내가 그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 부서에 얘기를 해줬으면 하고 기대하고 하는 얘기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우리가 할 수가 없잖아요. 어차피 이게 분위기를 딱 보니까, ‘아, 대진이(윤대진 현 검찰국장)가 이철규(전 경기경찰청장)를 집어넣었다고 얘들(경찰)이 지금 형(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걸은 거구나’하는 생각이 딱 스치더라고.
그래서 '일단 이 사람한테 변호사가 일단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변호사)이 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대진이 한참 일하니까, 형 문제 가지고 괜히 머리 쓰면 안되니까, 네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 (라고 말했어요.)" (2012년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전화 인터뷰 내용)
녹취 파일을 들은 윤 후보자의 표정은 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청문회 초반부터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야당 청문 위원들은 윤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의 답변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계실 것"이라며 "야당 입장에서 '허위 답변'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 점에 대해 우리 모두가 녹음파일을 들었으니 (후보자가) 솔직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생각보다 낯이 더 두꺼웠다. 얼굴은 조금 상기돼 보였지만 침착하게 '해명'일 수도 있고, '변명'일 수도 있는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녹취 파일을) 주간동아 기자가 녹음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사도 봤다. 청문회 준비하면서 저런 말을 그 당시에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다만 저 상황 자체가 벌써 7월이면 (논란의 날짜에서) 다섯 달 정도 지난 상황이다. 다른 건 몰라도 변호사를 선임해준 건 없다. 제가 (변호사를) 소개해준 문자가 있다고 한다면 아마 윤대진 검사를 보호하려는 마음도 있고 하다보니 가서 얘기나 들어보고 한 것 이다. 당시에 변호사 선임 안 된 것은 맞다"고 애매모호하게 이야기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오신환 의원은 "후보자 말씀이 구차한 변명 같다. 하루 종일 인사청문회에서 말씀하신 게 거짓말로 드러났다. 지금 저게 소개가 아니면 뭐가 소개인가? 변호사법 37조를 보면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관련 있는 법률사건을 특정한 소개·알선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돼 있다"며 "25년 동안 수사 해온 사람이 어떻게 그런 식의 답변을 하나. 본인 목소리를 온 국민이 다 듣고 있는데, 아침 속기록을 다 가져와서 밝혀야 하나. '소개'라고 했는지 '선임'이라고 했는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귀가 멀었나. 어떻게 정의를 얘기하던 윤석열이 변명을 하나"라고 개탄했다.
오 의원은 윤 후보자의 "아침부터 말한 건 선임해준 사실 없다고 한 것. 그게 그거다"라는 답변에 "변호사법 어디에 선임이라고 돼 있나. 법 해석을 25년 동안 그렇게 해서 사람들 잡아넣었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윤 후보자는 "나 참"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녹취 파일이 공개됐음에도 청문회 본질에서 벗어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예전 사건을 들먹이며 윤 후보자를 어떻게 해서든 보호하려고 애썼다.
김종민 의원은 그전 질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행동으로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김 의원은 윤 후보자가 故이재수 사령관, 故변창훈 검사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사죄해야 한다는 김진태 의원을 향해 "사죄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해야지"라고 소리 지르는 등 끊임없이 '본질 흐리기'에 치중했다. 최대한 공정한 진행을 위해 노력한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에게도 "공정하게 진행하라"며 일종의 억지를 부렸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여상규 위원장이 "오버하지 말라. 발언권을 얻고 발언하라.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지난하게 이어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는 윤 후보자가 시력 굴절도 검사 결과를 정해진 기한 내에 제출하기로 약속한 후 산회됐다. 윤 후보자는 최종 진술에서 "오랜 시간 경청해주시고, 좋은 말씀 주신 위원님들에게 감사드린다.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위원님들이 주신 충고와 조언 무겁게 새기겠다. 검찰 총장 소임을 맡게 된다면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 되도록 열과 성의를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 우파 진영 일각에선 이럴 거면 청문회가 무슨 소용이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윤 후보자 경우에도 위증 소지가 있는 만큼 결정적 '낙마' 사유가 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급 인사 14명을 임명 강행한 바 있다.
여론도 싸늘하긴 마찬가지다. 한 네티즌은 "아주 뻔뻔하게 대(對) 국민 거짓말을 몇 번씩이나 한다. 좌파들의 정의로운 척, 고고한 척 위선적인 이중성이 너무 역겹고 더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런 인간이 검찰총장? 소름 끼친다. 나라가 무너진다"고 절망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