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재단은 정부 설립허가 취소 처분 불복하며 소송해 시간 끌어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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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의 전임 정부 지우기 정책 중 하나인 K스포츠재단 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미르재단의 기업 출연금 462억원을 국고에 환수하는 절차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도 나오기 전에 미르재단 출연금을 국고로 귀속시킨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2015년 10월 설립 허가를 받았다. 두 재단은 2016년 말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2017년 3월 설립 허가가 취소됐다.

문체부는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절차에 맞게 청산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재판에서 기업 출연금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인정이 되면 형법상 몰수 규정과 재단 정관에 따라 기업 출연금은 국고로 환수된다.

그러나 만약 강요에 의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재단 출연금을 낸 것이라면 이는 범죄 피해금이기 때문에 되돌려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체부는 지난해 4월 3일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사흘 전에 각 기업이 미르재단에 출자한 금액 중 남은 462억원을 국고에 귀속시켰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심 재판부는 삼성이 두 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220억 2800만원의 제3자 뇌물죄 혐의 모두를 무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단 출연금 강요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 결과에 따르면 기업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을 받지 못한 것이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파산법 전문 A변호사는 미르재단 재산의 국고 귀속 조치가 범죄수익금 은닉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 강요죄가 적용된 만큼 출연금은 범죄수익금이고, 문체부가 이를 기업들에 돌려주지 않고 국고에 귀속한 것은 은닉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일간신문에 미르재단 청산에 대한 사실과 출연금을 찾아가라고 공고했는데 기업들이 돈을 찾아가지 않아 국고귀속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확인 결과 문체부가 공고를 낸 일간신문은 ‘서울일보’와 ‘한국경제’ 두 곳뿐이었다. 광고를 낸 기간도 짧았다. 각각 3일과 하루였다.

문체부의 이러한 조치는 ‘청산인은 채권자에 대해 각각(개별적으로) 고지해야 하고 채권자를 청산으로부터 제외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89조를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달 초 본격적인 청산 절차에 들어간 K재단은 미르재단과 다른 절차를 밟고 있다.

K스포츠재단이 직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하며 본격적인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대기업들이 288억원을 출연한 이 재단에는 현재 229억원가량의 자산이 남아 있다.

K재단은 지난해 8월 40여개 기업에 개별적으로 청산절차를 안내하고 환수 의사를 물었다. 언론에 따르면 이에 삼성 4개 계열사와 SK 2개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34개 기업이 288억여원 중 166억원의 출연금을 돌려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K재단의 청산 절차가 미르재단과 다른 이유는 K재단이 정부의 설립 허가 취소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는 바람에 재단 해산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문체부가 시간적 여유가 생겨 기업들의 의사를 물어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미 국고에 환수된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기업들이 되돌려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라 K재단 출연금이 기업에 반환되면 미르재단 출연금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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