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철저하게 韓 취약점 공략해 기업 경쟁력에 타격
韓, 기업을 적폐세력 몰아 반기업 정서 심화하는 데 혈안
이제는 정치가 경제를 놓아주어야...기업 자생력 회복 없이는 對日 무역전쟁 승산도 없어

일본이 이번에 내건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이 일본을 눌러 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을 후퇴시키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이때 기업의 경쟁력을 재고하고 지원해야 할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경제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기업을 끌어내리는 데 혈안이 돼 왔다. 한·일 무역갈등이 촉발하는 데 방관한 것도 모자라 전의까지 상실케 한 것이다.

일본은 수출 부문을 규제하는 데 한국 산업구조의 취약점을 철저하게 공략했다.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기업의 대표적인 극일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3개 부문의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모두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이 점을 이용해 우리 기업의 생산능력에 제동을 걸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최근까지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기업이 제대로 활동할 수 없도록 환경을 제한해 왔다. 법인세를 내리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홀로 최고 세율을 인상하는 ‘역주행’을 펼쳤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올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주 52시간 제를 도입해 일할 수 있는 여건마저 위축시켰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을 강요해 기업의 부담을 늘려왔다. 문 정권 출범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강성노조는 잇단 파업으로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기 침체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시장은 붕괴 직전이다.

산업계 안팎에선 “일본 정부가 여러 차례 보복을 예고했고, 일본의 움직임이 국내외 언론은 물론 기업·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음에도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일보 7일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한 고위직 인사는 되려 삼성·SK·LG 등 임원들에 “기업들은 일본에 지사도 있고 정보도 많을 텐데 사전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기업을 적폐세력으로 몰아 반기업 정서를 조장한 당사자가 경제 문제가 생기자 기업에 책임을 묻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4일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대응 조치를, 또 상응할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무역 대응을 시사했다. 일본이 한국에 의존하는 품목을 골라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일각에선 업계의 피해만 가중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에 대응할 만한 무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무역갈등을 지속해 봐야 버틸 체력은 일본이 월등해 한국만 손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결국 사태의 쟁점은 한·일 간의 무역 갈등에 있지만, 그에 앞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일방적인 ‘때리기’부터 멈춰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차세대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경제 여건에선 기업의 기술경쟁력은 곧 ‘국력’을 뜻한다”며 “과감한 규제개혁과 경영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극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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