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대비해 업계 매출액 7조 하락...같은 기간 폐업한 업체 48곳
업계 규제하는 입법 건수 약 1400건에 달해...미국·영국·일본 다 합쳐도 341건 불과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어닝 쇼크' 수준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 연합뉴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어닝 쇼크' 수준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 연합뉴스

23만 명 이상의 고용을 책임지는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5일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 후유증과 미·중 무역 전쟁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와중에 인건비 상승으로 나가는 돈은 급증하면서 업계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업계 안팎에선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출이 늘어나 부품 업계가 고사 직전에 있다"고 아우성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4일 ‘자동차 부품 산업의 현황과 발전 과제’ 포럼을 열고, 부품 업계의 전망이 어둡다고 전망했다. 협회에 따르면, 1차 협력사 기준 부품 업체 수는 2014년 879개에서 지난해 831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총 매출액은 78조 1185억 원에서 71조 4,423억 원으로 8.55% 감소했다. 1차 협력사보다 경영 상황이 훨씬 안 좋은 2, 3차 협력 업체는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올 5월 기준으로 국내 9,939개 부품 업계의 전체 고용인원은 23만 1590명으로 2016년보다 1만 명 이상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내외 시장에서 완성차 매출 부진이 꼽혔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와 함께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 업계는 심각한 적자 늪에 빠졌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약 2,800만 600대로 전년 대비 2.8%가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 완성차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28년 만이다. 현대·기아차를 따라 중국으로 수출 물량을 늘렸던 부품 업체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다. 협회의 조사 결과 부품 업체 33개사는 경영의 애로사항으로 인건비 부담(2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상승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경쟁력이 악화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에선 정부가 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만기 협회 회장은 "우리 국회의 입법 건수는 연간 약 1,400건에 달한다"며 "반면 미국은 221건, 영국 36건, 일본 연간 84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부 들어 대량 입법으로 규제가 늘어나 업계의 법적 안정성과 미래 가능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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