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문명 강으로 만드는 국책 사업
文, “환경 위해 4대강 보 해체하겠다”...과학계 “4대강으로 환경·경제 일거양득”
보 해체 반대 여론 등에 업은 민주당 시의원들마저 文 정부에 등 돌려

지역 민심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5일 펜 앤드 마이크 취재에 따르면 보의 가치를 피부로 느낀 현지 지역 주민과 이념에 사로잡혀 탁상공론 식 민생 정치를 하는 문재인 정부 간에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집권여당 소속 지자체 단체장과 지자체 의원들조차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국책 사업이었다. 문명이 흐르는 제대로 된 강으로 만들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 결과 홍수가 방지됐고 수자원이 확보됐으며 생태계도 회복했다. 환경에 맞지 않게 서식해 호르몬 문제를 일으켰던 흰수마자, 쭈꾸리 등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반면 어족 자원은 풍부해졌다. 강의 주인인 지역 농·어민들의 소득이 크게 늘었다.

지역 주민은 ‘4대강 보 해체’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 실정을 모르고서 이념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문재인 정부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민주당 소속 시 의원들조차 정부에 돌아섰다. 나주시의회에선 ‘영산강 죽산보 해체 반대 건의안’을 채택했다. 시장과 시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무시 못한 것이다. 세종시도 이춘희 민주당 소속 시장이 ‘신중론’을 드러내며 정부의 보 해체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공주시에선, 정부가 결정한 보 해체에 편승한 시 당국과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영산강 죽산보 해체 반대하는 주민들 / 연합뉴스
영산강 죽산보 해체 반대하는 주민들 / 연합뉴스

나주시, 집권여당 소속 의원들의 이례적인 반대

나주시의회에 따르면 이재남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산강 죽산보 해체 반대 건의안'이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채택됐다. 건의안은 시의회 전체 의원 15명 중 민주당 소속 12명 전원과 무소속 1명 등 13명이 공동 발의했다. 이례적인 반대 의사다. 불참 의원은 민중당과 무소속 등 2명에 불과하다.

건의안에는 '충분하고 객관적인 검증 없는 죽산보의 즉각적인 해체를 반대한다'거나 '죽산보 해체를 우려하는 지역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의원들은 "죽산보 해체는 농업용수 중단으로 이어져 농민의 불편과 피해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달 25일에는 나주시청 앞에서 '죽산보 철거반대투쟁위원회' 회원과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죽산보 해체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혈세 1,600억 원을 들여 설치한 죽산보를 250억 원을 쏟아부어 철거하려는 이유가 뭐냐"고 주장했다.

세종시 인근 금강에 설치된 세종보
세종시 인근 금강에 설치된 세종보

세종시, 정부의 ‘보 해체’ 결정에 신중론 주장

세종시도 정부의 보 해체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세종보의 경우 해체와 전면 개방에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지역 의견을 감안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면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자신의 지역구 민심을 고려한 발언을 했다.

이춘희 민주당 소속 시장은 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세종보 해체에 대한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으니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종보는 상시개방 상태를 유지해도 보 해체와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개방해 놓고 모니터링을 조금 더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사실상 보 해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세종 시청은 지난 5월 환경부에 공문을 보내고, 세종보 처리에 대한 지역주민 찬반 여론과 시 의견을 전달했다. 시 관계자는 “국가 정책은 초당적인 입장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돼야 한다”며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그 이유를 정확히 따진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보 해체 반대 집회에 나선 주민들
공주보 해체 반대 집회에 나선 주민들

공주시, 정부 결정 수용한 시의회와 해체 반대하는 주민 간 대립 이어져

지난 2월 정부는 공주보 해체를 결정했다. 시의회는 정부 뜻에 따라 성급하게 해체 절차를 밟았고, 재작년부터 조금씩 공주보를 개방했다. 공주보 금강 수위는 12일 기준 4.2미터다. 보를 닫았을 때 8.5미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공주보 상류인 금강은 아예 물이 말라버렸다.

그러자 보의 가치를 아는 지역 주민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공주보 일대는 특히 반대 여론이 심하다. 다른 보 지역보다 농민이 많이 살고 있어, 보를 통해 농업용수가 수월하게 들어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공주지역 이·통장협의회는 지난달 ‘공주보 철거반대’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383개 마을 전역에서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서기로 결의한 것이다. 주민들은 피켓시위를 벌이며 우성면 등 공주보 인근에 ‘보 철거 반대’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시의회는 주민 반대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예상보다 거센 보 해체 반대 여론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시민토론회를 열었지만, 절반이 넘는 반대 측 주민은 시의회가 이미 해체 쪽에 기울어져 있다며 회장을 빠져나갔다. 14일 시의회가 진행한 보 해체 여론조사에선 770명 중 754명(97.92%)이 반대했다. 이유로는 역시 농업용수 부족 우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의회는 여론조사를 한 번 더 한다는 입장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5일 기자에게 “정부가 자기편인 환경단체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강을 연구하고 해외 선진국 사례를 검토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교수들의 말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강은 모든 산업에 중요하다. 선진국들은 과학적으로 강에 접근해 환경과 경제 두 부문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 근거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무책임한 교수들의 말만 믿는다. 나라 살림을 책임질 때는 무엇이 바르고 옳은지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 지금의 정부는 그것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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