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안 전 KBS 해설국장, 사내게시판에 '양 사장, 내가 귀하를 모르나? 이제 그만 내려와라' 올려...인터넷상 퍼지며 공감 얻어

KBS 양승동 사장
양승동 KBS 사장. (사진 = 연합뉴스)

KBS 사내 게시판에 “양 사장은 이제 그만 내려와라”라는 글이 올라와 인터넷 상에 퍼지고 있다.

4일 KBS 사내 게시판에는 ‘양 사장, 내가 귀하를 모르나? 이제 그만 내려 와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이준안 전 KBS 해설국장이 남긴 글로, 그는 양 사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의 KBS의 경영수지가 최악을 기록했고, 뉴스 시청률도 ‘반토막’을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양 사장을 지목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 전 국장은 “지금 KBS는 파당적 저널리즘(factional journalism)을 지나 파르티잔 저널리즘(partisan journalism)이 횡행하고 있다”며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는 걸 넘어 개인적 가치관과 이념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저널리즘의 수준을 10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고 했다.

이어 “작금에 벌어지는 징계를 보며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인사권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악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내가 양 사장을 모르나. 부산에서 8개월여를 같이 있었다. 30년간 평판도 들었다. 좋은 사람이다. 편안한 사람이다. 양심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KBS 사장을 맡기는 너무 순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그만 업혀 가는 말 위에서 내리기를 바란다”고 최근 ‘진실과미래위원회’ 조사 결과를 들어 강행 중인 징계 절차를 문제삼기도 했다.

이어 KBS 이사회에 “어느 정파의 추천을 받아 이사가 됐든 KBS 이사는 국민적 이익을 대변한다. KBS의 재정적 기초와 존립 기반을 흔드는 일들에 대해 가장 선량한 관리자의 책임을 다해라”라고도 당부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이준안 전 KBS 해설국장이 KBS 사내게시판에 남긴 글 전문(全文).

<양 사장, 내가 귀하를 모르나? 이제 그만 내려 와라.>

지난 15개월간 양승동 사장이 남긴 자리에 피와 분노만 남았다. 남은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얼마나 더 고난의 길, 질곡을 만들어 놓고 갈 것인지 한숨만 나온다.

현직 사장이시지만 그래도 입사는 내가 선배니 좀 고깝더라도 퇴직을 앞두고 공영방송의 존속을 염원하는 자의 고언이라 여기고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보아주기 바라마지 않는다.

2018년 고대영 사장체제에서 물려받은 경영수지는 역대 최악이다. 대내외 환경과 분위기는 정연주 사장 때보다 더 나쁘다. 경영과 방송 현실을 보면 무능과 무책임의 진수다(첨부. KBS 2004~2019 손익현황).

IMF 외환위기를 넘긴 고 박권상 사장이 2002년 1,000억 원의 흑자 경영으로 넘겨준 수지를 정연주 사장이 2003년 700억 까먹고 (2003년 손익 288억 흑자) 2004년 638억의 적자를 기록하더니 2005년에는 연임 목적으로 국세청과의 2,448억 소송을 556억 환급받는 것으로 합의를 해 적자를 면했다. 그 사단으로 정연주 사장의 배임 논란을 가져왔다(첨부. 정연주 사장 배임기소 및 1심 무죄 기사).

2017년 564억 흑자 경영이 2018년 바로 321억 적자, 올해 2019년 1,280억 적자가 예상되는 위기다. 1분기 재정수지 현황을 두고 이사회에 비공식적으로 보고했다는데 지금 재정 토탈 리뷰로 이것저것 줄이고, 부지 팔면 보수적으로 5~600억 적자 유지에서 일단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또 그 다음해는? 사내의 이완된 분위기는 위기에 압도당해 있다. 

이제 한자리수다. 뉴스9 시청률이다. 조금 과장하면 반 토막이다. 2016년 연평균 16.7%(닐슨 수도권)이던 것이 올해 상반기 10.7%로 주저앉았다. 설마 했는데 5월 시청률이 9.7%다. 2016년 16.7% 이후 내리막길이다. 양 사장 이후 급락하고 있다(첨부. 지상파 2008~2019 메인뉴스 시청률). 2019년 상반기 평균 10.7%. 양 사장 직전 2015년과 2016년에 뉴스9의 경쟁력과 신뢰도, 시청률을 유지할 기회가 없지 않았다.

지금 KBS는 파당적 저널리즘(factional journalism)을 지나 파르티잔 저널리즘(partisan journalism)이 횡행하고 있다.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는 걸 넘어 개인적 가치관과 이념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저널리즘의 수준을 10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언론의 4이론에서 공산주의, 이슬람 및 사회주의 몇몇 국가에서 유지되는 권위주의 저널리즘이 아닌가. 국가가 통제하는 체제가 아니라 스스로 봉사하는 코드 저널리즘이 아닌가 말이다.

이념적 가치는 별론으로 하고 직업적 기술과 상식조차 잊고 있다. 아무 기본 취재 없이 여권 프로파간다의 선전장이 되었다. 김경수 드루킹 사건, 손혜원 투기 의혹, 문무일 항명... 편집자와 취재기자는 리뷰해 보기 바란다. 당사자를 출연시켜 일방적 해명을 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취재기자가 직접 해명해 주는 넌센스가 뉴스9에서 벌어지고 있다. 뉴스 1보에서 뺄 건 빼고 넣을 것은 넣고 도무지 뉴스가 아니다. 강원 고성 산불 재난보도는 어떻게 대처했고 진행됐나. 프로그램 진행자로 위촉한 외부인사는 3개월이 안 돼 청와대로 갔다. KBS가 엽관의 디딤돌이 됐다. 시청률이 급락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문제는 경영과 뉴스 경쟁력의 위기를 방송환경과 추세로 변명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다른 방송도 마찬가지라고, 추세라고.

정연주 사장은 당시 경영 수지 적자를 수신료 인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고자 하는 전략이라도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정파적, 이념적 방송을 해도 최소한의 금도는 있었다. 지금 양승동 사장 체제의 경영과 방송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나. 지금 전개되고 있는 KBS의 파르티잔 저널리즘은 TV와 라디오의 주요 포인트와 거점에 활동가를 심고 토치카를 구축하여 그저 코드에 맞는 정권의 유지와 연장을 도모하는 전략 외에 해석이 안된다. 아니면 소외된 비주류들의 자리차지하기 뿐. 처하는 곳에 스스로 보직만 추구하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리더십의 실종만 보인다.

대내외 방송환경이 어렵다면 수신료를 통해 공영방송의 기반을 확보하고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의미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념과 정파와 지역과 계층을 (가능한) 아우르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존속을 위한 책무. 모든 방송이, 미디어가 정파적 이익을 대변한다고 한다면 공영방송은 더 소중하지 않은가. 지금 전개되는 KBS 방송은 수신료 논의를 통한 재정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와 양심을 포기했다. 그 결말은 뻔하다.

내가 양 사장을 모르나. 부산에서 8개월여를 같이 있었다. 30년간 평판도 들었다. 좋은 사람이다. 편안한 사람이다. 양심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KBS 사장을 맡기는 너무 순한 사람이다. 이제 그만 업혀 가는 말 위에서 내리기를 바란다. 

작금에 벌어지는 징계를 보며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인사권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악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첨부 관련 기사). 지난 인사에서 이른바 적폐로 찍혀 수원에서 다시 쫓겨 간 동료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본인이 치르지 않으면 자식이 감당하게 돼 있어.” 지금 자행되는 악행은 당사자가 아니라도, 지금이 아니라도 후대에 그 보응을 받게 돼 있다. 이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자들과 함께 최종적인 감당은 양 사장의 몫이다.

“그에게 인애를 베풀 자가 없게 하시며 그의 고아에게 은혜를 베풀 자도 없게 하시며 그의 자손이 끊어지게 하시며 후대에 그들의 이름이 지워지게 하소서” (시편109편) 명심해라!

아울러 이사회에 경고한다. 어느 정파의 추천을 받아 이사가 됐든 KBS 이사는 국민적 이익을 대변한다. KBS의 재정적 기초와 존립 기반을 흔드는 일들에 대해 가장 선량한 관리자의 책임을 다해라.

2019. 7. 4 前 해설국장 이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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