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그게 필요하냐...불필요한 증거는 삭제해 달라"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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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선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성근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시도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1심 판결문 작성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이날 해당 사건에 대해 “400여개 증거를 제출하겠다”며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트럭기소’식 공격을 되풀이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럭기소는 수십만쪽 분량의 수사 기록을 만들어 피고인의 변호비용을 천문학적으로 부풀리는 방식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변론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의 이 같은 행태에 재판장인 재판장인 형사25부 송인권 부장판사는 당시 “그게 필요하냐"고 했다.

송 부장판사는 이어 “(당시 사건을 맡았던) 판사 4명을 증인으로 불러 물어보고, 피고인과 이 판사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판결문이 수정된 부분만 확인하면 충분히 사실관계가 파악될 것 같으니 불필요한 증거는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간단한 사건에 불필요한 증거까지 검찰이 제출하려 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선 이 증거들이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맞섰다.

이에 재판장은 "굳이 400개 증거를 조사해서 법정에서 필요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직권남용죄'의 법리적 측면을 더 음미해보는 게 올바른 재판으로 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다음 재판에서 결론을 짓기로 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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