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회동, 비핵화 협상의 중대한 단초지만 ‘적대관계 종식’으로 보기엔 무리
미 국방부, 지난달 초 발간한 ‘2019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의 비무장지대(DMZ) 회동이 ‘사실상 미북 적대관계의 종식’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실질적 군사적 위협이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문재인 대통령의 치어리더 역할이 꼭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발언을 객관적인 분석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국가예산의 20%를 국방에 쓰고 있다”며 “자국민을 강제수용소에 가두는 등 ‘평화적인’ 나라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아직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런 문제들이 지속되는 한 북한과의 ‘위장된 평화’에 기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VOA에 “북한은 핵무기를 더 많이 만들고 있으며 단 한 대의 핵무기도 포기하지 않았고 핵시설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며 “어느 한 쪽만이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한다고 해서 그것이 저절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무엇보다 군사적 관점에서 북한이 남한을 향해 전진배치한 대규모 군사력을 후방으로 빼지 않는 한 적대관계가 종식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만약 북한이 서울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전방 포대를 후방으로 돌린다면 적대관계 종식에 의미 있는 조치가 되겠지만 아직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주한미군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DMZ 회동이 비핵화 협상의 중대한 단초이긴 하지만 ‘적대관계 종식’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위협은 감소하지 않았다”며 “북한 전력의 70%가 DMZ 근처에 공세태세로 배치돼 있는 등 위협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핵무기, 화학무기, 비대칭 전력, 대규모 재래식 위협은 여전히 위협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달 초 발간한 ‘2019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위협 등은 지속적인 경계를 요하는 현실적 안보 도전”이라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