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법원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에 담겨
전국 판사들에 "직원에 간식접대나 심부름 시키지마라" 공지도
직원들 '사법행정 참여' 보장한다는 내용 있어...노조 인사권에도 개입할 듯

대법원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대법원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노동 사건을 다루는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며 노동 전담 재판부가 이미 있는데도 법원노조와 지난 3월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을 조선일보가 4일 보도했다.

일선 판사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법원 공무원(6급 이하)들로 구성된 노조와 법원 행정처가 법원 설립을 거론한 것이다.

노동법원 설치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노동 전담 재판부가 이미 있기 때문에 노동법원이 필요 없다는 반론이 있었다.

신문 인터뷰에 응한 한 판사는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에게는 '노동법원 설치' 협약 내용을 알리지도 않았다"며 "재판을 하는 판사들을 배제하고 이런 중요한 문제를 추진한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고 했다.

신문에 따르면 판사들 중에는 단체협약에 '기획 법관제도 개선' 내용이 들어간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기획 법관은 각급 법원의 행사 준비 등 행정적인 일을 맡는다. 그런데 대법원이 판사 보직과 관련된 문제를 판사가 아닌 법원 공무원들과 협의한 것이다.

노조 측은 "법원행정처가 만든 기획 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전국 판사들에게 "직원들에게 간식 접대나 심부름 등을 시키지 말라"고 공지했다.

이는 단체협약에 '(판사 등은) 개인적인 간식 접대, 심부름, 짐 정리를 요구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사적 노무 금지' 항목이 포함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판사들은 부속실 직원들의 경우 비서 업무가 주된 것인데, 차 등을 부탁 못하면 시킬 일이 무엇이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단체협약에는 심지어 직원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도 있다. 지금까지 법원 직원 인사 등은 법원행정처장이 최종 결정했는데, 앞으로는 이 과정에 직원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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