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 병풍의혹 제기로 2002년 이회창 당시 후보 지지도 11.8%↓...득표차는 2.33%에 불과
金을 '義人'이라 치켜세우던 민주당 인사들 누구도 책임 안져...노무현 정권서 사면 검토하기도
이후에도 각종 사기범죄 저지르며 징역형 살아...3년 전 사기 등 혐의로 필리핀으로 도피

필리핀에서 체포돼 이송되는 김대업 [연합뉴스 제공]
필리핀에서 체포돼 이송되는 김대업 [연합뉴스 제공]

2002년 대선에서 ‘병풍(兵風) 조작’사건으로 이회창 당시 후보(한나라당)를 낙마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김대업씨(58)가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쯤(현지 시각) 필리핀의 관광지 말라테 거리 한 호텔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3일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당시 도우미를 독촉해 택시를 잡으려 휠체어를 탄 채 호텔 출입문을 나섰다. 짧은 머리에 목이 늘어난 반팔티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는 초라한 행색의 그는 필리핀 현지 파견 한국 경찰인 ‘코리안 데스크’ 권효상 경감에게 붙잡혔다. 검찰 수사를 피해 필리핀으로 도피한 지 3년 만이었다.

김씨는 군 부사관 출신으로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민주당 노무현 후보(새천년민주당)가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김씨의 주장을 오마이뉴스가 “97년 이회창씨 아들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수차례 열었다”(2002.05.21)라는 기사에서 인용해 보도하며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같은 해 8월에서 9월 사이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으로 이 후보의 지지도가 최대 11.8%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대선 득표율은 노 후보가 48.91%를 이 후보가 46.58%를 기록해 불과 2.33%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당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그를 ‘의인(義人)’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후 그의 주장이 거짓임이 밝혀졌을 때 어느 누구도 ‘흑색선전’에 의해 국가대사인 대선이 좌우됐다는 것의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 전 후보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네거티브 흑색선전은 정치적 암이다”라는 기자회견문 발표하며 김대업 사건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 전 후보는 회견문에서 “민주당은 정확한 증거도 내 놓지 않으면서 국정원 여직원이 민주당에 불리한 답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면서 20대 여성을 무려 40시간 동안이나 감금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또 기독교 신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박 후보가 ‘신천지’와 관련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심지어 박 후보가 수 십 년 들고 다닌 낡은, 빨간 가방을 아이패드라며, ‘박근혜 후보가 (Tv토론 당시)컨닝을 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라며 “그래 놓고도 민주당은 한 마디 사과는 커녕 이런 흑색선전을 각종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네거티브선거와 흑색선전의 직접 피해자이고 그 아픔은 지금도 제 가슴에 남아 있다”며 “김대업 병풍의혹사건 하나만으로도 저의 지지율이 11.8%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뒤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혐의 등으로 2004년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권은 그런 그에 대한 사면 시도를 했지만 법무부 반발로 사면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씨는 출소 후에도 2008년 국정원 직원을 사칭해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초등학교 동창에게 2억 7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징역 10개월을 확정받았다.

2016년엔 “최문순 강원지사와 친분이 있으니 강원랜드 등의 방범 카메라 교체 사업권을 따주겠다”라며 관련 업체 직원으로부터 2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환청과 불안 증세를 호소해 검찰로부터 ‘시한부 기소 중지’명령을 받아냈고 그 틈을 타 그해 10월 필리핀으로 도주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수배됐다. 김씨에게는 현재 10건의 수배가 내려져 있다.

김씨가 체포된 호텔은 2성급으로 저렴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체포한 권 경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씨는 건강이 안 좋아 휠체어와 지팡이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씨는 필리핀에서 한동안 고용한 한국인 남녀와 함께 콘도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에 “그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돈도 뺏겼고, 그들이 내 휴대폰도 부숴버렸다. 그래서 지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콘도에서 나온 뒤 게스트하우스 등을 전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과 법무부는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인 김씨가 필리핀에서 추방되면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

김씨는 불법 오락실을 운용한 혐의 등으로 2015년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처분이 선고됐었다. 그러나 그가 해외로 도망가며 지난해 집행유예가 취소됐다. 그가 송환되면 이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김씨에 받는 사기 혐의는 별도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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