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 일각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타격을 통해 중간선거에서 반사이익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제기돼왔다. 이에 한겨레신문은 지난 2일 자사 취재결과,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이러한 소문에 힘을 싣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사설에서 전했고, 이는 주말 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서울 지부장 등 외신 기자들의 트윗을 통해 인용됐고 워싱턴에서 파급력있게 전해졌다.

그러자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서 해당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최근 주한 미대사 후보로 거론되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거짓 보도이며 이는 한겨레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라고 정면으로 지적하기까지 했다.
 

앞서, 한겨레는 2일 <미 강경파, 남북관계 해빙 막으려 ‘코피 전략’ 띄웠다>라는 보도를 통해 “취재 결과, 포틴저 선임보좌관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비공개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코피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한 “포틴저 선임보좌관은 ‘제한적 대북 타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무모하기 그지없는 ‘코피 전략’, 거론조차 말아야>라는 사설을 통해서는 이러한 비공개 모임에서 전해졌다고 알려진 포틴저 선임보좌관의 발언을 근거로 ‘국내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북타격까지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고 설명했다.

이 사설은 곧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 조나단 챙(Jonathan Cheng)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인용되며 논란이 가열됐다. 정치권 논쟁으로 크게 번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미국 내에서도 진위논쟁이 벌어지며 촉각을 기울였다. 많은 사람에 의해 조나단 챙 지부장의 트윗 내용이 공유됐고, 트럼프 정권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리는 등 파급력있게 다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서울지부장 조나단 챙(Jonathan Cheng) 기자의 트위터

논란이 확산되자 백악관 대변인도 나서서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을 통해 "포틴저는 두 차례의 전쟁에 참전했던 해병대 출신이다. 그리고 군사적 행동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샌더스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이러한 무모한 비난을 (트위터에서) 반복하기 전에 나에게 코멘트를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믿기 힘들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그러자 조나단 챙 지부장은 실수였다면서 기존 트윗을 삭제했다. 조나단 챙 지부장은 ‘소문에 의한 의견과 관련된 한겨레 보도를 트위터에 올린 것은 실수였고 삭제했다’며 “NSC에서는 이 보도가 ‘근거 없고(unsourced) 출처가 불명확하며(unbylined) 거짓(untrue)’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나단 챙 지부장 뿐만 아니라 트위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남겼다.

남북 대화에 회의적인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있으며, 주한 미 대사로 거론되는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거짓 보도이며 이는 한겨레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며 한겨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대사에서 낙마한 빅터 차(Victor Cha) 또한 "매튜 포틴저는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완전히 터무니없다"며 반박했다.

신문사에서 번역일을 해왔다고 밝힌 한 사람은 번역 과정에서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은 ‘~한 취지의 발언이 전해졌다‘며 소문에 근거한 우려를 적은 것인데, 번역상 심각한 사실처럼 전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 사설 번역본을 너무 그대로 믿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번역과는 별개로 <미 강경파, 남북관계 해빙 막으려 ‘코피 전략’ 띄웠다> 보도에서 ‘제한적 대북 타격’에 대한 우려를 더 신빙성있게 다루고 논지를 강화하고자 ‘<한겨레> 취재결과’라는 표현을 임의적이고 무게감없이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서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음모론적 시각이 지속적으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백악관측에서는 정면으로 부인했지만, 대북 강경론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중간 선거와 엮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을 무력화시키고 견제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