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인상안 공시...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무리한 지출이 세금낭비로 이어졌다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인상하기로...내년 총선 이후 논란 커질 듯

한국전력 / 연합뉴스
한국전력 /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정부의 올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내년 하반기에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이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선심용 전기요금 인하 정책으로 누적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일 펜 앤드 마이크에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라며 “한전도 한전이지만 결국 모든 부담은 일반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밝혔다.

1월 한전이 공시한 주택용 누진제 및 전기요금 체계 개편 관련 사항은 다음과 같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또는 수정 ▲누진제 폐지 또는 선택적 요금제 도입 ▲원가 이하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 ▲에너지 복지 제도는 요금제와 분리하는 등이다. 한전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전기 요금 개편안을 오는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내년 6월까지 정부 인가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선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 폐지 또는 수정 부분이다.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적은 소비자에게 매달 4,000원까지 할인해 주는 제도로, 지난해 총 958만 가구가 이 부문에서 혜택을 받았다. 할인액은 총 3,946억원이었으며 모두 한전이 떠안았다. 한전은 이 혜택을 폐지 또는 축소해 누진 부담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한전은 또한 요금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통신요금과 같은 선택적 요금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1분기에만 6,299억대의 적자를 낸 상황에서 7, 8월 여름철 폭염 대비 누진제 완화로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방안이 있어야 배임 혐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전으로선 중요한 수입원인 전기 요금을 정부의 ‘복지 포퓰리즘’과 거리를 두겠다는 방안도 눈에 띈다. 한전은 “전기요금과 에너지복지를 분리하고, 복지에 대해선 요금체계 밖에서 별도로 시행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조속한 시일 내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1일 한국전력 이사들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가 개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21일 한국전력 이사들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가 개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전이 이 같은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28일 정부의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안을 수용하면서부터다. 작년 여름 폭염 때 정부가 선심용 정책으로 전기요금을 깎아줬지만, 그에 따른 손실분 3,600여억원을 모두 한전이 떠맡은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가 여름철 전기요금 한시 인하를 요구하자, 한전 이사회는 수용 여부를 두고 2차례 회의를 벌이는 등 곡절이 있었다. 결국 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해 주기로 약속해 한전은 인하안을 수용했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다. 작년에도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하한 뒤 한전과 손실을 분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예산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현재진행 중인 누적 적자를 어떻게든 메워 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결국 한전이 공시한 전기요금 개편안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선심성 여름철 한시 인하 정책으로 누적된 손실분을 국민이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관측된다.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인상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잡은 것을 두고, 4월 총선이 끝난 뒤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주식회사인 한전은 전기료를 올려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는데, 그게 모두 국민 부담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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