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명 운집해 '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회'요구...시위대 입법회 입구 부수고 진입
美트럼프 "그들 대부분은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생각해"...중국 정권 정면 비판

홍콩 입법회 의사당에 내걸린 영국령 홍콩기 [연합뉴스 제공]
홍콩 입법회 의사당에 내걸린 영국령 홍콩기 [연합뉴스 제공]

중국으로의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이었던 지난 1일 오후(현지 시각) 홍콩에서 시위대 수백명이 입법회(국회) 건물 내부로 진입해 영국령 홍콩기(영국 식민지 시절 사용)를 내걸었다.

당초 중국이 약속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이행되지 않고 홍콩 민주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표현의 자유 억압이 수년간 누적되자 이에 반발해 과거 자유진영 국가이던 영국 통치 시절에 대한 향수가 터져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시위대는 노란 헬멧과 검은색 티셔츠, 고글을 착용하고 경찰의 제지를 뚫고 의사당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들은 검은색 유성펜으로 의사당 내벽에 ‘중국 송환 반대(反送中)’ 등의 문구를 적었다.

이날 시위에는 홍콩 시민 약 55만명이 거리로 나와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와 친중파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입법회 건물 입구인 유리벽과 철제 셔터를 부수고 들어가 회의장을 점거하는 홍콩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홍콩 경찰은 입법회 건물 주변에 적색경보(Red alert)를 발령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9일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로 범죄인을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인도법 개정을 추진하며 촉발된 시위의 연장선이다.

홍콩에선 지난달 9일 100만명, 같은달 16일 200만명의 시민이 시위에 동참했다. 람 행정정관은 지난달 15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법 개정의 완전한 철회 ▲람 행정장관의 사퇴 ▲시위 구속자 전원석방 ▲6월 12일 시위의 폭동규정 철회 및 발포 명령자 조사 및 문책 등 5개 요구사항을 발표하며 람 행정장관을 압박하고 있다.

람 행정장관은 이 가운데 어떠한 요구사항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날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람 행정장관은 “나를 포함해 홍콩 정부의 통치 방식 전반을 점검하고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시위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홍콩 반환 기념식은 줄곧 야외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우천(雨天)등을 핑계로 홍콩 컨벤션 센터 실내에서 열리며 시위에 대한 당국의 두려움이 드러났다.

홍콩 경찰은 입법회 건물 내외에서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시위대를 저지했지만 이날 오후 9시 입법회 내부로 진입하는 시위대를 막지 못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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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영국령 홍콩기뿐만이 아니라 영국기(유니언잭)도 흔들며 의사당을 점령했다.

영국 정부는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에 대한 중국의 억압적인 통치방식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영국 외무부는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명의 성명에서 “우리는 홍콩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최근 홍콩에서 이어진 시위들은 홍콩반환협정에 대한 영국의 약속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 소식에 대해 “나는 그들의 대부분은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일부 정부는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 정부를 반민주 정권으로 규정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중국 정부는 1997년 7월 1일을 기해 홍콩에 대한 주권을 회복했으며 홍콩의 일은 중국 내정에 해당한다”며 “영국이 홍콩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반발했다.

겅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무책임하고 잘못된 발언”이라며 “홍콩과 중국의 내부 문제에 어떤 형태로든 간섭하지 말고 조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맞섰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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