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WTO 규칙에 맞아..자유무역과 관계 없어"
요미우리 "강제징용 배상 판결 대항 조치"
일본 내 비판 목소리 "일본 기업에 칼날 될 수 있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규제하는 데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정합적이다(맞다).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또 “신뢰관계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임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2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국가와 국가의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일본의 모든 조치는 WTO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자유무역 원칙과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아베 총리가 스스로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요미우리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훼손된 것을 이유로 관리 강화 조치를 했다는 (총리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같은 날 또 다른 기사를 통해 전날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이미 지난 5월 결정된 최종안에 따른 수순이자, 아베 총리와 측근의 강한 의지로 인해 강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그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다양한 대항 조치를 검토해왔다"며 "지난 5월 중 최종안이 거의 굳어졌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1일 반도체·스마트폰·TV 제조에 쓰이는 첨단 필수 소재 세 가지의 대한(對韓) 수출을 4일부터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27개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해 수출 때마다 건건이 일본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한편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이 지난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 자격으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면서 며칠 만에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는 이유다. 이번 조치가 오히려 일본 기업에 칼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극약’이라는 표현과 함께 “세계적으로 거래망을 넓히는 삼성이 소재를 수급할 대체 국가를 확보하려 할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일본에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 조치가 자의적으로 운용될 우려가 있다. 일본 반도체 재료가 안정적으로 조달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일본 탈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수출 제한 조치를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행동을 재촉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이 그간 취해 온 자유무역 추진 방침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타격뿐 아니라 한국과 거래하는 일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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