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경, "태극기 들면 北인공기 든다"는 이낙연에 "궤변총리냐?" 질타
李총리 '말꼬리잡기' 화법에 "언어도단" 일일이 논박
정책혼선·北인권·'김일성 父子' 배지·자유삭제 입씨름
전희경 "2018년 체재전쟁전선, 文정부는 어디에 있나"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초선·비례대표)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송곳질의'로 이낙연 국무총리를 쩔쩔매게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태극기 지우기' 논란을 일으킨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旗) 사용과 관련 "우리가 태극기를 들면 북한이 인공기를 들 것"(지난달 16일)이라고 강변한 이 총리는 5일 전희경 의원으로부터 "태극기를 못 들면 인공기도 못 들어야 최소한의 상호주의"라고 면전에서 '되치기'를 당했다. "궤변 총리"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친북행보와 한미동맹 균열, 각종 정책혼선을 둘러싸고 이 총리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줄곧 '말꼬리 잡기'로 응대하는 이 총리의 주장을 하나 하나 논박하면서 몰아세웠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전 의원은 "총리로 취임한 지 8개월여 됐는데 이전의 의전총리, 대독(代讀)총리를 벗어난 책임총리라고 자임하시나"라고 물었다. 이 총리는 "책임총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전 의원은 탈원전, 가상화폐 거래 금지, 수능 전면 절대평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유예,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등 일련의 번복된 정책을 거론한 뒤 "문재인 정부가 오락가락, 갈팡질팡, 헛발질을 했다"며 "총리가 책임총리가 되겠다고 했는데, 총리도 책임이 있는 거죠"라고 물었다.

이 총리는 "제 역량 부족을 느낀다"면서도 "그 중에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수정된 것도 포함돼 있다"며 "그것을 번복이라는 한 마디로 규정하는 건 조금 과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언어도단"이라며 "정부는 정책발표 전에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발표해 놓고 저항에 부딪히자 뒤로 물러서놓고는 소통이니, 의견수렴이라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예고제는 의견 수렴과 수정을 거치기 위한 것인데 이것도 언어도단인가"라고 이 총리가 반발하자, 전 의원은 거듭 "언어도단이다"라고 못박고 "국민 생활에 (정책 발표만으로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급효과도 고려 않고 발표했다가 기어이 유예나 폐기를 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 총리는 이런 지적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끝까지 밀어붙였으면 불통이라고 했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게 책임총리의 제1덕목'이라는 비판에는 "잘못한 건 매번 시인하고 사과하고 있다"고 일일이 맞섰다.

양측은 북한인권을 놓고도 입씨름을 벌였다. 전 의원은 "총리에 여쭙겠다. 탈북자는 우리 국민인가, 아닌가"라고 포문을 열자 이 총리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어, 탈북자도 국민이죠"라고 답했다. 

전 의원은 즉각 "당연히 우리 국민이다. 과연 이 정부에서 대통령이 탈북자를 만난 일이 있느냐"고 캐물었고, 이 총리는 "제가 잘 모르지만 (대통령이)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만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이 "(대통령의) 관심 우선순위에서 (탈북민들이) 밀려난 것이다. 누구보다도 현장을 찾아가 손잡고 눈물짓는 것을 좋아하는 대통령 아니냐"고 묻자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북5도 체육대회도 가시고 그랬다"고 변명했다.

뒤이어 전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미국 정부가 북한인권과 탈북자의 참상에 대한 관심이 우리 정부보다 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으며, 이 총리가 "저희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변하기가 무섭게 "그 말씀은 8개월 정부 행보로 이미 아닌 것이 판명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을 유명무실하게 해 놓지 않았나. 굴러가느냐"고 쏘아붙였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재단 상근이사 2명 중 1명 몫을 달라'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며 이사 추천을 미뤄온 끝에 정권교체 이후까지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총리는 "그건 예전에도 그랬다"는 면피성 발언을 내놓으면서도, 북한인권재단이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통일부 산하에 설치·운영되도록 돼 있는 만큼 "다시 들여다 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전 의원은 "잘 챙기시라. 국가인권위원회도 북한인권 담당 직원을 1명으로 줄이고 예산도 깎은 정부 아니냐"고 거듭 지적했는데, 이 총리는 "북한 인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우기기'를 반복했다. "참 허상으로 들린다. 과거에 그런 식의 화법을 가장 비판한 분들 아니냐. 실질적으로 말씀하라"는 전 의원에게 그는 "(제가 드린 건) 실질적인 말씀이다"고 재차 말꼬리를 잡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선수단이 선수촌 등에서 내놓고 대형 인공기 등을 내건 것도 모자라,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얼굴을 새긴 배지(초상휘장)를 달고 다니는 것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전 의원은 "정부가 북한을 평창 올림픽에 참가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태극기를 떼고, 한반도기를 달고, 한미 연합훈련도 미루고 쉬쉬하면서 북한 눈치를 보지 않나"라고 지적한 뒤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그는 "어제 TV 통해서 생중계된 남북 단일팀 여자 하키선수들의 경기 모습이고, 그걸 참관하는 북한 관계자 모습이다. 저 가슴에 달린 게 뭔지 아시나"라고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가리켜 물었다.

이에 이 총리가 "네, 북에서 많이 다는 배지다"라고 말을 돌리자 전 의원은 "북에서 많이 다는 배지? 확대해서 보여드렸는데도 모르시나. 답을 하시라"고 추궁했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다 알지 않느냐. 저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답한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고, 전 의원이 마침내 "김일성·김정일 부자 배지 아니냐"고 추궁했다. 머뭇거리던 이 총리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전 의원은 "우리는 태극기 게양도 못 하는 상황을 만들고, 선수 유니폼에서 자랑스런 태극기를 떼어 놓고 저렇게 당당하게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우리 국민들을 향한 생중계 현장에 (김 부자 배지를) 달고 나오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남북 단일팀은 국회에서 2011년에 만든 올림픽 지원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등 '동문서답'으로 응대했다.

전 의원이 "모든 것을 이전 정부 탓하시더니 이제는 배지도 이전 정부를 탓하느냐"고 하자 이 총리는 "단일팀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맞받았고, "남북 단일팀 규정에 저렇게 김 부자 배지를 달라고 돼 있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이 총리는 "국제대회에서는 서로 간 국기를 드는 게 관행이 돼 있고, 단일팀은 이렇게 하는 게 이제껏 9번의 관행"이라고 강변했다.

질의자는 인공기 사용과 김 부자 배지착용 방조 행위를 지적하는데 단일팀 구성 자체를 문제삼은 것처럼 대응한 것이다. 논점일탈을 목도한 한국당 의원들은 "배지! 배지!"라며 고성을 질렀다.

전 의원은 "총리님. 궤변이시다. 태극기를 못 들면 인공기도 못 들어야 최소한의 상호주의다. 그들에게 신성시되는 배지는 최소한 떼어야 올림픽에 한 자리 차지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며 "이 자리만 모면해서 궤변총리라는 말씀을 듣고 싶나"라고 일침했다.

이 총리는 "저는 의원님 말씀에 대해 그런 말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상 자신도 전 의원이 궤변을 하고 있다고 본다는 태도였다.

(사진=5일 국회방송 캡처)
(사진=전희경 의원실이 제공한 국회방송 캡처)

문재인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헌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도 있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려면 3월 중 국회 또는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해야 하는데, 3월까지 정부안(案)이 넘어와야 하는데 만들어지고 있느냐고 전 의원은 물었다.

이 총리는 "오늘 (문 대통령이) 국민 의견 수렴을 준비하라고 처음 지시하신 것으로 안다"는 '물리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언급을 내놨다. "지금이 2월초인데 언제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정부안을 만드냐"는 지적에도 그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우겼다.

전 의원은 "아니다. 더 솔직해지시라. 지금 더불어민주당 개헌안이 정부안 아닌가. 정부가 만들어서 주신 것 아닌가. 6월 개헌을 밀어붙이려면 (민주당안이) 정부안이 돼야하는데, 아니라고 하시니 평가를 여쭙겠다"고 화제를 돌렸다.

이어 "총리는 헌법에서 자유라는 말을 삭제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시나"라고 질문하자 이 총리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 의원이 "가치판단이 결여됐다"며 "헌법 전문이든 제4조든 자유라는 말을 삭제하는 것에 대한 가치평가를 묻는다"고 특정하자, 이 총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전 의원은 "(삭제)하려는 건데 잘 안 된다는 것이냐. 안 한다는 것이냐. 책임있게 답변을 안 한다"고 추궁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물었을 때 이 총리는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권을 갖고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것이고,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더해 민주주의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좀 더 강조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전 의원은 "맞다.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을 위한 룰의 문제고, 다수가 결정한다. 자유는 그것을 통해 지향해야 하는 목표다. 그런데 자유를 삭제하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면서 이 정부는 어디로 가려고 하나"라고 공격하자 이 총리는 "이 정부가 그런 적이 없다"고 일명 '사회주의 개헌' 논란과 거리를 뒀다. '여당만의 생각이냐'는 물음에도 "(여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민주적 기본질서의 차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실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자유 삭제' 논란의 연장으로 새 검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마련 중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연구안을 지목해 정부 입장을 묻기도 했다. 문제의 연구안은 공청회 등 정부 차원의 홍보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사실상 '밀실'에서 만들어져 PenN의 최초보도로 그 내용이 세간에 알려진 것이다.

전 의원은 연구안이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에서 '자유' 단어를 삭제하고 6·25전쟁을 북한의 '남침'이라고 서술하지 않으며, 인천상륙작전과 새마을운동을 모두 빼버린 점을 들어 "대통령 지시사항 1호로 국정(역사)교과서를 폐기한 게 이러려고 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교육부의 입장이 아니고, 평가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연구진 단계의 의견"이라고 둘러댔다. '이 정부는 남탓도 모자라 하부기관 탓이냐'는 빈축을 사고도 이 총리는 "연구진의 개인적인 의견 단계를 어떤 부처의 공식의견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전 의원은 "개인의견이라니요. 평가원에서 하는 일이 개인 차원이냐"고 같이 목소리를 높였고, 문제의 안이 교육부 공식입장까지 되지는 않았다는 이 총리에게 "집필기준에 동의하느냐"고 거듭 캐물었다. 

결국 이 총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총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 입장이 아니다"고 못박기에 이르렀다. 전 의원은 "(연구안대로) 이런 교과서를 만드려면 만들 필요가 없다. 북한 교과서 수입해서 가르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의원은 대정부질문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에서 "2018년은 체제전쟁의 해"라고 강조하며  일련의 반미(反美)·좌편향 정책 문제제기와 함께 "이 전선에서 과연 문재인 정부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싸우다가 지면 다시 일어설 수라도 있지만 싸우지도 않고 굴복하면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눈물이 현송월이 만면에 띈 웃음 뒤에 있다"며 "(금강산 관광 중 북한군에게 저격당해 사망한) 박왕자씨 가족의 눈물, 연평도 포격 희생자 가족의 눈물이 이 땅에 있다고 명심하시라. 북한의 가짜평화공세에 끌려다니면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과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들을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지경으로 몰고가지 마시기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정부에 경고했다.

이날 전 의원의 질의 도중 여당 의원들은 수시로 고성을 내며 반발, 방해 시도를 했다. 한 여당 의원은 질문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전 의원에게 "그렇게 대정부질문 하지 말아라. 반성해라"라고 면전 비난하기까지 했고, 전 의원이 이에 맞서면서 잠시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